오늘은 일부러 친구네 식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저녁약속도 없고, 늦은 오후에 김밤을 먹어서 그런지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래서 나름대로 머리를 굴린것이다.

'지금 친구네 가게에서 일좀 하고~ 밤에 고기나 먹고 올까~?' 라고..;;

사실 오늘같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방구석에 있기 싫은 이유도 있었다. 투잡을 한 이후.. 사람으로 바글바글 한 곳이 주는 매력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ㅋ

약간 출출했지만.. '4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겠다.' 싶어서 오늘은 일부러 친구네 가게에 찾았다. 비가와서 그런지 만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손님은 꽤 있었다. 앞치마를 두르고 하던대로 쟁반을 들고 이리뛰고~ 저리뛰고 있는데.. 갑자기 8번 테이블에 앉은 아저씨께서 나를 부른다.

"네~ 뭐 드릴까요?"
"재떨이좀 주세요~"


손님의 손을 보니 벌써 몇모금 빨아서 재가 떨어질랑말랑 한 상태의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고 있었다. 이미 일을 별여놓고는 빨리 처리하게 재떨이좀 가져다 달라고 재촉하는 말투였다. 나는 손으로 벽에 붙은 '금연'이란 경고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손님, 여긴 금연입니다~"
"아 그래요~?"
"네. 아이들도 많으니 담배는 나가서 펴주시면 좋겠어요~"

 대개 '아이들'을 핑계로 이런 레파토리를 읊어 대면 손님들은 담배를 끄거나 나가서 피고 온다. 사실 금연이란 문구보다는 '아이들'이란 단어가 더 효과적으로 먹히는 것 같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아이들'이란 단어를 적절히 문장중간에 넣으며 이야기를 한후 자리를 떴다. 그 후...
 
손님들이 거의 다 빠지고 나서.. 테이블을 치우는데.. 우연히 아까 재떨이를 달라고 하던 테이블을 밑을 보게 되었다. 희뿌연 연기를 가득 머금은 빈병이 유난히 빛나?보였다. 너무 실망스러웠다. 그렇게 당부를 했건만.. 결국 그 손님은 몰래 담배를 피운것이다.


여담+) 가끔 상을 치울때면 금연이란 사실을 알아서 그런지 몰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재떨이가 없다고 하면 그들은 위 사진같이 빈병이나, 소주 병뚜껑.. 심지어 음식을 담는 그릇을 재떨이로 활용하기도 한다.

한마디 해주고 싶은게 있으니.. 음식을 담는 그릇을 휴지통으로 활용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루에 한번 정도는 험한꼴을 당하는 불쌍한 그릇을 보게 된다. 특히 담배를 지져서 검게 그을리고 침으로 범벅이된 그릇을 볼때면 이렇게 만든 손님 면상에 발라주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 그릇은 다시 손님상에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먹는 그릇에 이런 짓을 하고 싶나? 하는 생각이 들기때문이다. 상을 치우는 내가 봐도 욱~ 하고 비위가 상하는데.. 같은 모양에 같은 음식을 먹는 다른 손님들이 볼땐 어떻겠는가;;

이날따라 홀쪽에 단체손님 두팀이 두시간 넘게 자리를 잡고 있어서 정신이 쏙 빠졌었다. 아마도 다른 알바생들도 정신이 없었을 터... 더군다나 내가 직접 그 테이블 손님께 금연이란 사실을 알려서 그런지.. 왠지 모를 배신감이 들었다.

손님과 알바생간에는 왠지 모를 교감?같은게 있다. "여기 조금 싱거운데, 양념좀 더 주세요~" 라던지, "여기 맛집이라더니 정말 맛있어요~" 라며 알바생의 눈길을 끄는 테이블에는 고의든 아니든 신경이 한번 더 가기 마련이다. 한번 신경이 가면 그 다음에도 또 신경이 가는게 사람의 마음.. 그러면서 서비스도 나가는 거지, 알바생이 웃으면서 금연이란 경고를 주었는데도 귀로 들었는지, XX멍으로 들었는지 든채 만채 하고 그 말을 무시하면.. 그 테이블엔 무신경, 무관심 해질 수 밖에 없다. 알바생의 머리에 들어있는 레퍼토리를 벗어나면 우선 반감부터 생기곤 한다. 그래서 일부러 무관심해지고 싶은 마음도 있다.

식당에서 담배를 피우려고하는가? 주변을 둘러보라. 당신의 아이들, 혹은 가족들이 밥을 먹고 있는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