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으로 넘쳐나는 식당, 그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언제 식사를 할까? 그분들의 식사시각은 의외였다. 저저번주 일요일에도 휴일을 반납하고 친구네 가게에서 일을 했다. 저녁에만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나는 이 가게에서 풀타임으로 처음 일하게 된 것이다.

오전 10시까지 나가기로 되어 있었지만, 늦잠을 자버려서 11시가 다 되어서 도착을 했다. 도착하니 때마침 아침식사 시간이었다. 손님도 몇테이블 있었지만, 식사에 방해가 될만큼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였다. 밥솥에서 한그릇 가득~퍼 담아서 식사대혈에 꼽사리를 꼈다. 사장인 친구녀석은 한술 뜨는데, 식재료들이 들어오는 바람에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1. 오전 11시에 먹는 아침, 무조건 든든하게!


"점심 드시는 거에요?"
"아니~ 아침이야! 많이 먹어둬. 자칫하면 점심도 놓친다."
"네?.."
"오늘 손님 많을것 같으니.. 든든히 먹어 두라고"
"네~ 잘먹겠습니다."

11시에 먹는 밥이 아침으로 먹여야 하는지, 점심으로 먹야야 하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맛있게 먹었다. 먹고나니 11시 반 정도 되었을까? 드디어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식후땡과 커피가 주는 환상의 휴식시간을 느껴볼 틈도 없이.....

"어서오세요~, 몇분이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어서오세요~, 몇분이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어서오세요~, 몇분이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어서오세요~, 몇분이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어서오세요~, 몇분이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어서오세요~, 몇분이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어서오세요 몇분이세요 란 말이 입에 붙어 버렸을때.. 문득,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생각에 홀을 둘러보았다. 손님이 줄어들 기미가 안보이고, 몇시간째 빈테이블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잠시 입구쪽을 살펴보니 손님들이 번호표를 들고 자기 순서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게 아닌가..헐; 상을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이유가 있었다. 게다가 기다리고 있는 손님을 대충 세어보니 이 상태가 '잠깐'에 끝날것 같지 않았다.

벌써 몇시간째 쉬지도 못하고 쟁반을 들고 나른지라 잠시 쉬고 싶어서 직원들만의 휴게실에서 잠시 숨을 돌렸다. 가게 안에 있을때는 몰랐는데.. 밖에 나오니 천국이 따로 없더라; 온몸이 땀으로 젓어서 그런지 무더위속에서 부는 바람도 시원하게 느껴졌다. 담배는 타들어 가고..그 담배가 꺼지는 타이밍이 가게에 들어가라는 신호! 배는 고픈데.. 이 상태로라면 밥은 커녕 엉덩이를 의자에 붙일 시간 조차 없어 보였다.

"(혼자 중얼중얼) 도대체 몇시야?"

2. 오후 4시에 먹는 점심, 허겁지겁.. 


하고 시계를 보니 오후 4시가 좀 넘은 시각이다. 잠시후 가게에 다시 들어가 보니.. 여전히 손님들은 많았고, 직원들은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쪽에서 B군이 나를 부른다.

"(B군:) 형~ 빨리 밥먹어요. 밥 퍼놨어요"
"어~? 어... 알았어.."

'다른 아주머니들 일하시는데.. 밥이 넘어가;?'라고 묻고 싶었지만..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다. 아무리 바빠도 자기 배는 자기가 채워야 하는 법! 오전 11시에 아침을 먹었기 때문에 오후 3~4시가 되면 직원들끼리 알아서 점심을 먹어야 한다. 일한지 두달이 넘었다는 B군의 센스 덕에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젊은 친구들이 다 먹고 일어서자 그때서야 아주머니들이 밥을 들고 나타나신다.

'아~ 교대로 먹는구나~'

그때부턴 아주머니들은 귀를 닫는다. 오로지 식사중에만 허용되는 암묵적인 스킬, 일명 '무아지경' 이다. 오로지 밥만 먹는 기술로 잠시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는 기술이다.; 고로 남은 직원들이 더 바빠지는 타이밍인데.. 5분~10분 정도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두배로 바쁜 시간이다.

배가 든든해서 그런지.. 별로 힘든점을 못느끼겠다. 이때부터 얼굴에 다시 웃음이 핀다.

"B군아~ 밥먹으니 힘이 나는데~ ㅎㅎ"

(젊은 사람들끼리 홀을 서빙하다 보면 왠지 손발이 잘 맞아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웃음도 절로나고 별로 힘도 덜든다.)식당에는 두번의 피크가 있다. 점심타임, 저녁타임.. 요 두 고비만 잘 넘기면 되는데.. 이제 남은게 마지막 저녁타임이다. 밖이 어둑어둑 해질때면 왠지 마음이 가벼워 진다고 할까?

'(중얼중얼) 집에 갈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어@@'

아니나 다를까, 오후 5시 정도 되자 또 손님들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온다. 바로 저녁타임이 온것이다. 또 "어서오세요, 몇분이세요"를 연발하고 쟁반과 씨름하고 나니.. 밤 10시 정도가 되었다. 드디어 간판불이 꺼지고.. 이미 받은 손님들도 아까 들어온 손님들이니 나갈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3. 밤 10시에 먹는 저녁, 무조건 푸짐하게~


이 날, 냉장고에서 소주 안꺼내 왔으면 난 삐졌을지도 모른다.ㅋ


"(사장:) 친구야, 오늘 수고 많았다.~ 아주머니들 오늘 고생하셨어요~ 힘드셨죠~? 어제보다 더 바빴네요. 얘들아(젊은 친구들) 고기 구워 먹게 세팅해라~"

라며 너스레를 떨어주는 친구녀석의 얼굴이 왠지 밉지가 않다. 왜냐하면 벌써 홀 가운데 테이블에서는 고기가 한창 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10시가 넘은 시각에 먹는 저녁이라, 엄청 허기가 졌기 때문에 고기 냄새만 맡아도 침이 꼴딱꼴딱~ 넘어간다. 그리고 손님들이 빠진 텅빈 홀의 가운데에서 먹는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삼겹살엔 역시 소주한잔! 뒷정리 할게 남았지만.. 지금 그 순간만큼은 100%로 느끼고 싶었다. (역시 B군. 알아서 냉장고에서 소주를 준비한다.ㅋ) 이 삼겹살 맛은 아직까지 잊혀지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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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이지만, 그때의 일을 회상해 보면.. 배울점이 참 많다. 나이 불문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바늘끝 보다 더 날카로운 자극을 받는다고나 할까? 내 자신이 나태하다고 느껴질때면,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손님의 자격이 아닌, '어서오세요'를 외치는 아르바이트의 자격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