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전까지 나는 투잡족이었다. 말로만 듣던 투잡을 몸소 실천해본 것인데.. 생각만큼 녹녹치 않았다. 퇴근후 저녁도 안먹고 헐레벌떡 가서 앞치마 두르고 정신없이 쟁반을 들고 왔다 갔다 하면.. 어느새 밤 10시를 훌쩍 넘기곤 했다. 물론 10시에 퇴근하는건 아니다. 대충 정리해 주고 나오면 자정 쯤해서 집에 도착한다.

가기 싫어도 갈 수 밖에 없는 그 곳.. 왜? 안가면 되지~ 나 하나 빠진다고 뭐가 달라질까?
달라진다. 엄청 바쁜 음식점에서는 일하는 사람 한사람 한사람이 소중하다. 주로 자기가 맡은일(서빙이나 주문, 상차리기,설거지 등)을 하는데.. 그 한사람이 빠지면.. 일하는 다른 사람들이 받는 심리적 타격?은 매우 크다. 투잡이나 한번 해볼까? 하고 엉겹결에 시작한 일인데.. '이나'가 사람 잡는 듯.ㅋ 발을 빼는 타이밍을 잡기가 매우 힘들었다. 뭐 휴가철에만 봐주기로 한거라..  휴가철 끝나는 시점에는 손을 떼기로 했지만.. 하루라도 빨리 관두고 싶은 심정이었기에  남의 눈치보다 나 자신의 눈치를 많이 봤다.

투잡을 하는 동안 얻은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일까..


   핸드폰, 휴가, 건강 -


뜬금없이 들릴지 모르지만.. 핸드폰을 잃었다. -_-;; 주머니 속에 넣어둔 핸드폰을 한번 열어볼 타이밍 조차  없을 정도로 바쁜 시간들이었는데.. 왜 핸드폰이 맛이 갔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땀으로 인해서 핸드폰 내부에 습기가 찬것 같다. 버튼이 잘 눌리다가도 갑자기 작동이 안되고;; 아무튼 현재.. A/S 중이다.


그리고 제일 아쉬운건 휴가..

"칭구야~ 휴가철만 도와주면 안되겠냐~? 일손 너무 딸려.."
"음.. 그래? 휴가철만 도와주면 되는거지?" 하고 쉽게 생각했던게 잘못;;

며칠 후 생각나는 것은..

'응? 그러면 내 휴가는;;?'

하지만 벌써 발을 들여 놓았으니.. 나 휴가갔다 올께~ 라고 빠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뭐 고스란히 뒤로 밀어 버렸다. '그래, 나는 휴가도 반납하고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고 있어~!'라는 말도 안되는 의미를 부여며 위로 하는 수 밖에;;

9시 넘어 먹는 저녁, 허기져서 폭식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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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162 by Paul in Uijeongbu (의정부)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그리고, 건강에 관한 이야기는 꼭 하고 싶다. 이건 내 이야기가 뿐아니라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다. 그분들의 식사시간은 상상을 초월한다. 오전 11시 쯤에 아침을 먹는다. 그 때를 놓치면 나중엔 점심먹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기 때문에 아침만은 꼭 챙겨 먹는다. 그리고 점심손님이 빠질때 쯤해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그게 오후 3시~4시 사이다. 그리고 정신없이 저녁타임 손님을 받고 9시~10사 이후에 저녁을 먹는다.

심지어 점심타임부터~ 저녁타임까지 손님이 물밀듯이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점심은 지나가며 몇개 주워먹는 김밥으로 때우기도 하니.. 식사라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아무리 바빠도 밥은 제대로 먹고 일을 했으면 좋겠다.

특히 늦은 저녁시간 직원들끼리 먹는 메뉴는 무조건 고기! 양도 푸짐~하고, 배는 등에 달라 붙을 만큼 허기 지다보니 자연스레 폭식을 하게 된다. 이런 생활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건강이 온전할리가 없다. 나이 어린 사람들이야 그렇다고 쳐도, 이제 불혹을 넘겨 50대의 나이를 바라 보시는 아주머니들이 참 걱정이다. 그분들은 대개 식사 직후 약을 드시곤 한다. 위장약부터 관절염약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나도 며칠 저녁 식사를 9시 넘은 시간에 저녁을 먹어 버릇하니..몸이 무거워 진것 같다. 땀으로 범벅이 되며 일하는도 늦은 저녁시간의 폭식때문에 살이 빠지긴 커녕 살이 좀 붙었다;.


   돈, 시간, 사람, 황금펜


투잡이니 당연히 돈이 들어온다. 월급이외에 부수입을 얻었고, 저녁 술약속을 미루니.. 지출은 그만큼 줄게 되었으니.. 투잡하나로 돈은 부수입은 X2배가 된것 같다. 게다가 친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a 가 추가 되었다.

그리고 시간을 얻었다. 블로그에 매일 1일 포스팅을 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이걸 깨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자정이 넘어 퇴근하더라도 꼭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잤다. 그러다 보니 다른데 정신팔 시간 조차 아깝게 느껴졌다. 빨리 쓰고 자야 아침에 일어나니까..

마지막으로는 사람을 얻었다. 같이 부대끼고 일하며 쌓아가는 인간의 정은 참으로 대단하다. 그리고 몇년째 그곳에서 일을 하고 계신 나이지긋이드신 분들에게서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많은 자극을 받기도 했다. 어찌보면 투잡으로 얻은 것중 이분들로부터 얻는 자극이, 돈 보다도 경험보다도 더 큰것 같다.

그리고 황금펜.



이 블로그는 잡다한 내용을 담고 있다. 처음엔 TV방송위주로 포스팅했지만, 점점 일상이야기 쪽으로 주제를 옮겼고, 점점 옥탑방에서 자취하면서 겪게되는 이야기를 적게 되었다. 그런데 요 근래 투잡이란 이름으로 경험한 식당 알바 이야기가 큰 호응을 얻으면서 황금펜의 영광까지 쥐게 되었다. 투잡으로 나는 베스트 뷰 블로거란 영광까지도 얻게 되었으니 1석 3조에 하나를 더 추가해서 1석 4조의 얻은 셈이다.

투잡으로 잃은것은 쉽게 복구가능하고, 잊으면 그만이지만.. 투잡으로 얻게 된것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죽~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올리고 많은 블로그분들과 함께 하고 싶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