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친구네 가게에서 투잡을 했었다. 일손이 모자르다며 부탁아닌 강요를 하는 바람에.. 엉겹결에 나가게 된것이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니.. 알바생이라고 해두자.) 식당에는 손님으로만 갔었는데.. 알바생 입장에서 며칠 일하다 보니.. 그간 못느꼈던 점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하루에도 수십~수백명의 손님들이 들락날락 거리다 보니.. 정신이 없지만.. 간혹 땀흘리는 나에게 웃음을 주는 손님들도 있고, 짜증을 부리는 손님들도 있었다.

식당에 들어서자 마자 불판열기로 후끈 달아오는 가게는.. 에어컨을 틀어도 별 효과가 없을 정도다. 허겁지겁 앞치마를 두르고, 쟁반을 들고 왔다 갔다 한 지 10여 분만 지나도 벌써 땀에 흥건히 젖는다. 얼굴에 흐르는 땀줄기 때문에, 일부러 앞치마 앞쪽에 물수건 하나를 넣고 다니며 연신 땀을 닦아 낸다.

새로온 손님 상에는 10여개 정도의 반찬 그릇이 나간다. 12개였던가? 14개 였던가? 아무튼 거기에 인원수대로 나가는 종지그릇도 따로 있기 때문에 4인 기준으로 본다면 16~20개의 그릇을 내려 놓아햐 한다. 원형 테이블에 빙~ 둘러 않은 손님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테이블위에 쟁반을 살짝 걸쳐두고 그릇을 하나하나 내려 놓을때면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손님들은 몸을 45도로 기울인채 쟁반들어갈 공간만 만들어 주고, 자기 얘기들을 하기 바쁘거나, 내가 그릇을 하나하나 내려 놓는 모습을 그냥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럴 땐 정말 한마디 해주고 싶다.

'아이 참~ 구경만 하지 말고 그릇좀 옮겨 주시져~ 네~!? 한발로 지탱하기 힘들다고요~'  라고...
-_-; 쩝~
(덧+, 내가 하고 싶은 의도는 이 말이 아니었는데~;;; 콱 지워버릴까? ㅋ 색깔만 없애자.~)

10명중 7분은 나몰라라 하지만.. 그 중에서도 두팔 걷어 붙이고 그릇을 옮겨 주는 손님도 있다. 그럴때는 정말 감동의 눈물이 흐를 정도(덧+, 이게 하고 싶은 말...). 손님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일하는 알바생의 입장에서는 신의 손과도 같은 손길이다. 첫째로 손님상에 비집고 들어가는 불편함이 없고, 앉은 자리에서 손님들이 직접 그릇을 놓으니, 적당히 정돈된 위치에 그릇을 놓을 수 있다. 게다가 그릇 놓는 시간도 단축되니.. 내 입장에서는 한숨 돌릴 타이밍을 번 셈이다. 별것 아니지만, 그릇 받아 주는 것만으로도 감동한다. 나는 이런 테이블에는 기본적으로 서비스가  나간다. (알바생인 내 기준으로~ㅋ)

며칠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근엄한 인상을 가진 내외분이 셨는데.. 여느때와 달리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들어오신 손님이다. 상을 준비하고 나가는데.. 그 손님도 더우셨는지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맥주 한병을 먼저 시키셨다. 냉장고 뒤쪽에 있는 시원한 맥주를 갖다 드리자, 술을 한잔 권하신다.


"이보게 , 한잔 받게나.."
"네? (나한테? 왜? 구면인가?)"
사실 시원한 맥주 한잔은 아까부터 생각이 났지만, 정수기 물로 대신 갈증을 해소하고 있는 차였다. 하지만 그걸 낼름 받아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거절을 했다.

"아닙니다. 일하는 중이라.. 먹으면 안됩니다."

그러자..

"아까 테이블 안내할때 자네 등을 보니 다~땀으로 젖었더군.  알바하는 것인가? 더운데 어서 한잔 받게나" (대충 요약해보니.. 이런 닭살이 돋는 멘트;;)

몇번을 거절했지만, 더이상 거절하면.. 그게 더 실례인것 같아서 맥주 한잔을 낼름 받아 원샷을 해버렸다. 그 맥주 한잔은 어떤 맛이었을까? 요 근래 마신 맥주중 최고였다. 머리 주위로 시원한 생맥주가 빙빙 돌던 차에 한잔 들이키는 맥주 맛이라.~ 캬. 트름이 꾸욱~ 하고 올라오는 걸 누르고, 두 내외분께 한잔씩 따라드리고 뒤를 돌아서니.. 머리가 핑~ 하고 돌았지만, 기분만은 정말 상쾌했다. 한마디로 스트레스가 확~하고 풀리는 기분이랄까? 이 기분이면 앞으로 4시간은 더 족히 일할 수 있을것 같았다.

나는 조용히 주방으로 들어가 주방아주머니께 손님상에는 나가지 않는 반찬, 식당 직원들이 먹는 반찬 중 잘~ 익은 열무김치를 국물 넉넉하게 담아서 그 손님께 가져다 드렸다. 비록 3천원짜리 맥주의 한잔가격에는 못미치지만, 나름대로의 성의는 표시하고 싶었다.

열무김치 국물을 맛 보시더니, 부인되는 분은 그 시원한 맛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셨다. 너무 맛있다며..

"이 열무김치는 주방 아주머니의 특별식입니다. ㅎㅎ 필요한거 있으시면 꼭 저를 불러주세요~ ^^"

'꼭 나를 불러 달라'는 의미는 무슨뜻이 있는 것일까? 맥주 한병은 3천원, 글라스로 딱 3잔이 나오니 한잔당 천원꼴이다. 하지만 나에게 그 한잔의 값어치는 천원 이상이었다. 그래서 그 손님의 테이블만큼은 양도 푸짐하고, 음식도 정성껏 담아서 보답하고자 했다.

다시 이전 글 (음식점에서 대우 받고 싶으면 '이곳'에 앉아라) 의 첫문장을 떠올려 보자.

"맛집이라 왔더니 서비스도 엉망이고 실망이에요"

혹시 알바생에게 짜증을 부리거나, '너는 나의 노예' 라는 인상을 주지 않았는가? 서빙하는 사람들은 로보트가 아니다. 맛집의 맛을 120% 느껴보고 싶다면, 그 답은 알바생에게 있다. 손님은 음식의 맛에 감동하지만, 알바생은 손님의 사소한 배려에 감동하기 때문이다.

덧+) 위 문구의 하나에 제가 말하려는 의도와 다른 뜻으로 전달된 것 같군요. 그릇 당연히 알바생이 옮겨 놔야죠. 하지만 그 가짓수가 20개 가까이 될때 그걸 같이 옮겨 주는 손님의 작은 배려에 감동한다는 의도로 적으려 했답니다. 그걸 멀뚱히 쳐다보는 손님은 병맛??? 이란 뜻은 아니죠.
그리고 테이블당 기본 서비스는 다~ 나간답니다. 하지만 저런 테이블은 제가 나름대로 따로 신경을 좀 더 써드리는 거죠.~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