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투잡으로 선택한 친구네 식당에는 따로 주문 받는 사람은 없다. 일하는 사람의 누구든 먼저 보는 사람이 인사하고 안내하고 주문받아 컴퓨터?에 입력하면 알아서 주방에 메뉴표가 전달이 되고, 음식이 준비되어서 나오면 그 테이블 번호표대로 나가면 끝이다.

이대로만 한다면 정말 간단한 단순 작업이지만.. 실제로 이런 정형화된 방법으로 되지 않는다.

내가 처음에 식당에 들어설때는 상만 치우고 그릇만 정리하는 일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 정도는  너무나도 간단한 단순 노동이기 때문에 별거 아니라 생각했다. 하지만 일을 하고 나서 한시간도 지나지 않아.. 상치우는 것도 일이지만, 주방쪽에서 쉴새없이 뭉태기로 쏟아지는 빈그릇들을 차곡차곡 쌓아 두는 게 더 큰 일이었다.

게다가 홀을 돌아 다니다 보면 여기저기서 알바생을 불러대는 소리에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다. 상을 치우려고 쟁반을 들고 홀에 한발짝 내딛는 순간, 먹이를 발견한 하이에나들 처럼, 손님들은 나를 놓아주질 않는다.

"여기 음료수하나요, 여기 물이요, 여기 밥좀 더주세요. 등등등.."

추가되는 주문만 해도 상당하다. "손님, 저는 상치우는 사람이니까, 다른사람에게 주문하세요.~" 라고 말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주문을 받으면 우선순위를 정하는것도 일이다.

옆테이블로 가야할 서비스 군..
by 만박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나는 지금 상을 치워야 하는데, 다른 테이블에 음료수좀 가져다 주라고? 


"나는 지금 상을 치워야해. 그런데 상을 치우다 보면 몇분은 금새 잡아 먹으니 우선 손님이 시킨 음료수를 먼저 가져다 주자.", "상을 먼저 치워야 다음 손님이 들어오지 않겠어? 그러면 테이블 회전율도 빨라 져서 매출이 금방 오르겠지?" 등등의 생각이 쉴세 없이 머리속을 왔다 갔다 한다. 한마디로 1초 내에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럴때면 주변에 보이는 다른 알바생에게 주문을 양도하기도 하는데.. 그 알바생들도 나와 같은 상황인 것이다. 주문을 몇개씩 받아 두어서 정신없는 상황이고, 물이 먼저냐, 음료수가 먼저냐.. 등등 그들도 우선순위를 정하기에 바쁘다.

그것도 모르고 알바 첫날에는 주문들어온것은 거의 다른 알바생에게 시켰다. '나는 주문받는 방법을 모르니, 다른 알바생에게 시켜야지, 지금 나는 상을 치우고 있으니 다른 일은 다른 알바생에게 시켜야지' 라는 의도였다.

첫날 저녁.. 늦게.. 다른 알바생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알게 되었다. 손님 주문보다 같이 일하는 사람의 주문이 더 힘들다는 것을.. 둘째날 부터 그 사실을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첫날은 상만치우고 주문받은것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했지만.. 둘째날 부터는 하루 일했다고 자신감이 생겼는지.. 다른 사람이 신경을 안썼는지.. 몰라도 내가 주문도 받고, 상을 준비하고 있는게 아닌가.. (사실 손님이 북적북적한 가게에서는 이것저것 만능엔터테이먼트가 되어야 한다.;; 내일만 해야지~ 하다가는 큰코 다침;;)

내가 서빙을 하고,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고 하는 모습에 익숙해진 사람들도 나에게 다른 손님들의 주문을 하나씩 넘기고는 한다. 나는 지금 1번 테이블에 음료수 추가 주문을 받았고, 11번 테이블에 얼음물 추가 주문을 받아서 냉장고로 향하고 있는데.. 알바생A가 4번 테이블에 고기추가 주문을 넘길때면.. 정말 정신이 없다. 이 정도면 괜찮지만, 어제 글처럼 한 테이블에 진상손님이 들어와 계속 붙잡아 두고 음식이 짜네 마네, 핵폭탄급 추가 주문을 할때면, 정말 정신이 없다.

그래서 간혹 주문을 까먹기도 하고, 손닝들은 기다리다가 지쳐서 나가기도 한다.

식당 서빙이라는게.. 자기 일만 알아서 착착착~ 진행한다면 정말 수월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게 문제.. 서빙하는 사람들 끼리도 주문을 이리 넘기고 저리 넘기고.. 게다가 짜증나는 말투로... "아까 4번 테이블에 고기 더 가져다 달랬잖아요~ 아직도 안가져다 줬어요? !!" 라고 외칠때면.. 아무리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라도 얼굴을 붉히기 십상이다.

어제는 아주머니들끼리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알바생의 입장에서도 그 모습이 보기 싫었는데.. 하물며 손님들은 그 모습을 보고 좋아라 했겠는가..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최대한 자기가 수렴할 수 있는 주문량은 자기가 소화해 내는 게 좋겠다. 나 하나 편하자고 다른 서빙하는 사람에게 주문을 넘겨 버리는 순간.. 그 주문 받는 사람은 자기의 한계를 넘어 버릴지도 모르니 말이다.

"손님 잠깐만요. 잠시후에 다시 주문해주시 겠어요? 제가 지금 바쁘니.. 다른사람에게 주문하시거나.. 잠시후 제가 여기 지나갈때 다시 말씀해 주세요.~" 라고 말하면 이해 못하는 손님들은 거의 없다. 진상손님만 아니라면 바쁜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이해해 준다. 알바생의 입장에서는 고맙기 때문에 음식을 더 가져다 주거나 음료수 하나를 무료로 줄 수도 있느니.. 이럴땐 알바생의 센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