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유산 26회를 보고는 온몸에 소름이 좍~ 돋았습니다. 심장이 이유없이 콩닥거리고, 분노와 환희에 휩싸였다고 할까요. 그리고 작가님께 고맙다는 말도 하고 싶네요. 시청자를 조롱하지 않는 스토리 전개가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막장'이 아니라더 더 재미있다는 찬란한 유산.. 종방까지 채널을 돌리지 못하게 만드는 군요.

제가 26회를 보며 분노에 떤 이유는.. 백성희의 모략때문이죠. 은성을 한국땅에서 내 쫒아 버려 하는 백성희의 이번 수는 예상치도 못했던 결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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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성이 미국으로 가버린다면, 백성희는 한국에 남아서 또 교활한 수법으로 주변인물들을 속여가면서 사람들 틈에서 꼬리를 감춘채 살아 갈수 있었을 테죠.
백성희는 아마도 세기의 범죄자가 아닐까 생각해요. 
드라마 라는게 참 재미있습니다. 그 역을 연기한 배우들에게 고스란히 그 캐릭터의 이미지를 심어주거든요. 그 이미지를 소화하는것은 배우의 몫이지만, 어쨌든 찬란한 유산은 백성희를 제외한 모든 배우들에게 훈남 훈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죠. '서울대 몇명 합격!' 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어둔 학원처럼, 찬란한 유산이란 드라마에서도 중견,신인할것 없이 스타들을 대거 배출하거나 입지를 재확인 시켜주고 있습니다.

악녀 연기는 배우들에게는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합니다. 막장 악녀 역의 '구은재와 신애리'역의 배우들이 드라마가 끝난후 CF에서 조차 모습을 찾을 수 없는 이유는 그녀들의 악녀 연기가 고스란히 그 배우에게 씌워 졌다는 이유가 클테죠. <아내의 유혹>이라는 드라마는 살렸지만, 그 배우들은 악녀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고단한 노력을 해야 할것입니다.

김미숙은 백성희라는 검은 가면을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중년 배우입니다. 데뷔후 뜸하다가 본격적으로 20003년 부터 매년 1~4개씩의 작품을 한 배태랑 연기자입니다. 방송만 14개 정도 되고, 영화도 3개나 되는군요.

하지만 문채원양은 아직 공중파 드라마는 <달려라 고등어>, <바람의 화원>, <찬란한 유산> 뿐인 새내기 격이고요. 한마디로 문채원양이 유승미라는 악녀의 탈을 끝까지 쓰고 있었다면,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게다가 문채원은 숨돌릴틈도 없이 8월에 방영될 <아가씨를 부탁해>라는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는데 후속 캐릭터의 성격이 벌써 정해져 버렸으니.. 찬유에서 유승미가 면죄부를 받았다는 것은 문채원게는 악녀의 탈을 벗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셈입니다.

찬란한 유산의 작가는 고은우(은성 동생)의 등장을 통해서 유승미에게 슬쩍 면죄부를 던져 주었지만, 백성희에게 만큼은 용서라는 단어가 허락되지 못하도록 벼랑끝으로 몰아 넣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고은우(은성 동생)의 등장은 벼랑끝에 선 유승미의 손을 잡아준 격이 되었고, 백성희는 밀어버리는 격이 되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문채원은 살고, 김미숙이 마지막 악녀로서 총대를 맨 셈이죠.

사람들이 하도 김미숙(백성희 역)의 연기에 대해 감탄을 금하지 못하니.. 그녀는 한 매체에서 "내가 악녀 연기 못할 줄 알았나봐~" 라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었는데요. 

저는 '그녀가 악녀연기를 못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 라는 생각 보다는, 김미숙의 악녀 연기는 그동안 보아왔던 악녀연기와는 너무나도 달랐기에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던 겁니다.

목에 핏대 세우지 않아도, 눈을 뒤집고 흰자위를 드러내지 않아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저렇게 잘 홀릴 수가 있구나.. 하고 감탄을 했죠. 김미숙은 중년의 나이에도 자신의 연기력을 재 확인할수 있는 드라마였으니, 그녀에게도 훌륭한 작품으로 남겠지요.

결국 찬란한 유산속에 등장한 유승미, 백성희라는 두 악녀들은 엇갈린 길을 걷게 되지만, 실제로는 찬란한 유산을 통한 배우들에게는 길이 남을 작품일테지요.

앞으로 딱 2회 남았습니다. 딸을 살리고 자신이 희생할것이란 백성희가 흘리게될 눈물이 순수할지, 가식일지 두고봐야죠. 그동안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꺼낸 '찬유'표 히든카드가 백성희를 위해 아직 남아있을 법도 한것 같은데.. 백성희의 최후를 어떻게 그려낼지.. 기대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