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기억으론 제가 마지막으로 신은 운동화는 아식스였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건 검은색 바탕에 파란 줄무늬가 들어간 운동화였네요. 졸업할때 즘~ 해서 운동화 옆구리가 터져 버렸죠. 그게 제 마지막 메이커 운동화였습니다. 그때는 교복에 운동화가 복장이었으니.. 거의 모든 학생들이 운동화를 신고 다녀서 구두신고 다니는게 어색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니 교복 스타일이 중학교의 것과는 확연히 다르더라구요. 뭐랄까. 좀더 맵시가 난다고 할까요?(비싸긴 엄청 비쌋음;)  그래서 저는 고등학교 내내~ 구두만 신고 다녔지요. 운동화 보다는 구두 굽이 높아 키가 커 보이는 이유도 있었고, 구두에 대한 로망이라고 해야하나? 뒷굽이 또각또각 내는 소리가 은근히 재미 있었다는.. '내가 구두를 신다니 다 컸네 다 컸어~ㅎㅎ' 

평소에는 항상 구두를 신었고, 일주일에 딱 하루, 체육이 들어 있는 날에는 운동화를 신었습니다. 그때도 제 운동화는 비메이커. 길거리표 만원~이만원짜리 운동화...

구두에 대한 로망?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때는 구두가 좋았답니다. 다른 친구들은 10만원대의 나이키 에어 운동화를 살때, 저는 10만원대 구두를 샀었죠.

대학교올라가니 구두 말고 다른 신발들도 눈에 들어오더군요. 일명 마틴화! 스머프 처럼 보이는 살색 신발이죠. 구두와 마틴화, 여름에는 조리를 번갈아 가며 신었답니다.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한마디로 제 발을 혹사 시킨셈;

제가 발 볼이 넓어서 그런지, 신발이 금방 망가지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비싼거 말고, 인터넷에서 파는 그런 싸구려 신발을 더 찾게 되더라구요. 제일싼건 4900원짜리도 신어봤네요. 망가지면 고치는 돈이 더드니, 쉽게 버리고, 다른 디자인으로 사고를 반복하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싼맛에 산 이런 신발들은 당연히 오래 못갑니다. 쿠션감도 별루지만, 어차피 비싼 구두 사봤자 금방 망가지는거, 싼거 사서 자주 바꾸자~ 라고 생각한 제 실수가 크죠.

싸니까 금방 망가진걸까요 -_-?
금방망가지니까 싼걸 산것일까요 -_-?

아마도 어렸을때 운동화 끈 한번 매면 빨때까지 절대 풀지 않고, 꺾어 신는 버릇이 있어서 그런것 같습니다. 한번 꺾어 신으면 계~속 꺽어 신게 되니.. 쉽게 망가질 수 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점점 변형되는 발, 그리고 며칠전의 통증


양쪽이 좀 부었는데..

확실히 왼쪽이 더 부어 보이죠?;


그런데 얼마전.. 매일 신던 구두인데도 꽉끼는 느낌이 들어서.. 발을 유심히 살펴보니. 한쪽 발이 약간 부어 있었습니다. '요 며칠 너무 돌아다녀서 그런가?' 하고 무심히 넘겼는데.. 며칠 지나고 나니 종아리 부분이 뻐근한 느낌이 들더니 나중엔 밤에는 다리밑에 베개를 받치고 잠을 자야 할 정도로 쑤셔오더군요.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서 병원에 다녀 왔습니다.

림프관이 어쩌고, 저쩌고 설명을 해주시는데.. 발에 상처도 없고, 특별한 외상이 없는데 발이 붓는 내 발(봉와직염 걸린줄 알았습니다.;).. 나름 역학조사?를 하시더니.. 제가 하루종일 신고 있는 구두 문제인것 같다며, 쿠션 좋은 구두나 운동화로 바꿔 신어보라 하시더군요. 가만히 돌이켜 보니 제대로된 운동화를 신어 본 때가 까마득하네요. 그래서 당장 매장으로 가서 운동화를 샀습니다.

'메이커 운동화 신어 본지가 언제더냐~;;'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무슨 운동화 종류가 그렇게나 많은지~. 뭘 사야할지 모르겠더군요. 점원이 추천해 주는 걸로 하나 신어봤는데.. 뭐랄까, 발을 싹~ 감싸 주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운동화는 거기서 거기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메이커는 확실히 메이커인가 봅니다. 그간 제가 신었던 구두,마틴화, 비메이커 운동화를 신었을때는 이런 편안함을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신고 있던 구두를 버리고 새로 산 운동화를 신고 왔는데.. 걷는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걷는 느낌이 한결 부드러워 졌네요.

그간 제가 신고 다녔던 구두외 기타 신발, 키가 높아 보인다는 구두, 싸다고 좋아 했던 그 신발들이 발에는 얼마나 불편했는지 새삼 느꼈습니다. 아마도 제 돈주고 산 '브랜드표 운동화'는 처음인 것 같군요~

아직 정신 못차린.. 다시 능지처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