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디를 가던 대화의 화두는 당연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입니다. 친구들을 만나던, 가족들과 밥을 먹던, 직장에서까지, 쉴 때마가 담배연기 내뿜으며 서로의 입장을 밝히고는 하는데요. 어제 저녁, 부모님댁에서 저녁을 먹을때에도 당연히 대화의 화두는 노무현 이었습니다.

뉴스에서 노무현 관련 소식을 연달아 내보내 면서 국민들의 뜨거운 가슴을 대변해 주고 있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현정권에 투표를 했습니다. 그 당시만해도 기존 정권에 대한 불신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정권에 한표를 찍어 주신것이지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미운 6살 같은 정권이라며 한소리 하시네요.


"난 솔직히 노무현이 현직에 있을때 별로 달갑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정권에 한표를 찍어 준거고,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하는짓이 미운 6살 보다 더 밉다. 대통령이면 국민앞에 서서 당당해야지, 어디 경찰뒤에 숨어서 뒤에 숨어서 코빼기도 안보이고 말이야. 국민들이 이렇게나 뜨거운 가슴으로 울부 짓는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조문검토중?, 갈까? 말까? 나 가도 돼? 라는 식으로 떠보기나 하고 말이지.


그는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대통령이자 한 국민이었다. 그리고 당당했다.



계란세례가 무서워? 좀 맞으면 어때? 노무현은 대통령 현직에 있을때 국민들에게 손가락질 당하고, 계란세례를 받으면서도 국민앞에 당당했다. 기자들 앞에서도 당당했다. 언론이 무서워 언론의 입을 틀어막고 국민의 귀를 틀어막지는 않았단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뉴스앵커를 잘라내질 않나, 툭하면 경찰대동하질 않나, 그 뒤에 숨어서 빼꼼히 국민들 눈치나 보고 있고..ㅉㅉ, 국민들 눈치보라고 뽑아 준거 아니다. 계란세례를 맞을 지언정 당당히 나서라고 뽑아준거다. 3년뒤에도......(생략)"


부모님과 정치 이야기는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는지라, 어머니의 이런 독설아닌 독설은 처음이었습니다. 쓴소리 거친소리 다 하셨지만, 제가 알아서 빼고 정리했습니다. 임플란트 수술때문에 입에 솜을 꽉 문채로 말씀하셔서 그런지, 왠지 어머니의 목소리에서는 힘이 느껴졌기에 제가 다 뭉클하더군요.

미리 말씀드렸다 시피 어머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때 달가워 하지 않은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가 그립다고 하시네요. 그 이유는 단하나 '소통' 이었습니다. 대통령 명찰을 달고 나서는 절대 국민들 앞에 얼굴을 내 밀지 않는 대통령은 필요가 없다 하셨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후에도 국민들 앞에서 만큼은 당당했습니다. 국민들의 손을 꼭 잡아 주거나, 머리를 숙이는 모습은 국민 위에 있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과 동등한 대통령임을 보여주었지요.

대통령 퇴임후에도 사람 키만한 담벼락안에 웅크리고 살고 있는 그분(?)들과는 딴판이었습니다. 그들은 뭐가 무서워서 거기에 숨어 있는 것이었을까요? 이렇게 본다면 노무현 대통령 만큼은 무서울게 없는, 당당한 분이었지요. 적어도 숨지는 않았으니까요.

어머니께서는 모임 회원분들과 함께 내일(29일) 경복궁에 참석하신다고 하십니다.


"죄송스러워서라도 가야지, 꼭가야지.  TV로만 보고 있지니 너무 죄송스럽지. 그땐 내가 왜 미처 몰랐을까? 보내놓고 나니, 내가 너무 무심했다는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하시며 조용히 눈물을 훔치시는 어머니를 보니, 더이상 수저를 들을 수가 없었기에, 조용히 부모님 댁을 나와 밤길을 걸었는데.. 오늘따라 휘향찬란한 간판들이 왜 이리 무심해 보이던지.....

"어디를 가시려고 나서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