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제 손에 들어온 핸드폰이 이제 슬슬 맛탱이 가려고 하고 있기에.. 요즘 공짜폰 많이 나오던데.~ 이 기회에 싸게 바꿔보자~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래서 요즘 공짜폰을 준다는 광고를 볼때면 유심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핸드폰 살때 약정기간이 걸려 있었는데.. 언제까지 써야하는지 확실한 날짜를 모르겠습니다. 대충 이맘때 쯤이것 같아서 114에 확인차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다행히도 6월 2일에 약정기간이 끝나는 군요.

그런데 잠시후 문자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SKT상담원OOO 상담만족도 조사(무료)라는 내용의 문자였습니다.예전에는 상담후 이런 문자는 안왔었는데.. 기간을 보아하니 올해 2월부터 시작했네요.

휴대폰 설문


   질문하나에 날아온 설문조사, 세뇌인가? 설문인가?


휴대폰 설문

저는 약정기간이 언제까지냐는 질문 하나 했는데 설문조사(survey)에 응해달라는 문자가 날아왔습니다. 메이저급 통신사의 경우는 상담원이 매우 친절하지요. (지역 케이블TV신청할때 틱틱대던 상담원을 생각하면 하늘과 땅차이~..;;) 저를 상담해준 그분도 매우 상냥하셨구요. 굳이 이런 설문조사를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114에 전화걸어서 불친절한 상담원 보셨나요? 아마 대부분 경험하지 못한 레어?급 상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설문 문항도 너무 형식적입니다. '잘 처리해 주었나? 상담은 만족스러웠나?' 의 질문이지만, 그 속에 담긴 '정확히, 적절하게, 기대이상으로~'등의 단어들은 휘향 찬란하지요. 암시 혹은 세뇌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 설문도 일종의 마케팅 수단인건가..?

위 같은 설문조사뿐 아니라 다른 경우에서도 설문조사라고 하기엔 낮간지러운 상황도 다수겪었습니다.


예전에 인터넷 가입할때.. 고심끝에 힘콤에 가입했습니다. 제 방이 옥탑방이라 설치 기사분이 선을 끌어 오느라 애좀 먹었지요. 설치후 기사분께서 설치후 서비스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잘 좀 말해달라며 요목조목 자세히 설명을 해주시더군요.


   인터넷 설치기사 : "고객님, 본사에 전화걸어 드릴께요. '감동'을 부탁드립니다. ^^"


총 3문항이 있는데요. 보통은 -1점이구요. 만족은 0점[각주:1]이구요. 감동은 +1점입니다.  감동을 선택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핸드폰좀 줘보시겠어요~ 무료전화라 전화요금은 없습니다. ^^


설치기사의 서비스(?)에 감동한 제가 직접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어 칭찬을 하는 뉘앙스?가 풍겨기는 상황입니다. 기사분이 제 핸드폰으로 전화를 거시더니 저를 바꿔주셨습니다. 설치 기사분이 고생좀 하셨는지라... 무조건 높은 점수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감동에 점수를 주었지요. (사실 설치하는데 감동까지받을 일이 뭐 있겠습니까? 그래도 감동한 척 했습니다. -_-;)

기사분은 제가 전화받는 동안 책상위에 손가락으로 작은 원을 그리고 계셨는지라.. 이건 뭐.. 옆에 기사분이 떡~ 하니 버티고 있어서... 만약 불평이 있다고 해도 대 놓고 불평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오신 기사분의 서비스는 꽝! 이었습니다.'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요?


   핸드폰 대리점직원 : "본사에서 전화로 이런거 물어볼텐데, 이렇게 저렇게 답변해 주세요."


공짜로 산 휴대폰
핸드폰 구매할때 대리점 직원도 "본사에서 전화가 오니 이렇게 이렇게좀 답변 부탁드릴께요~" 라며 미리 귀띔을 해 준적도 있습니다. 몇년전에 제 핸드폰을 공짜로 받는 조건으로 데이터요금제(?)를 의무적으로 가입했어야 했는데.. 이런식으로 끼워 팔면 불법이었나 봅니다. 

그 여직원은 제게 "본사에서 전화가 올꺼에요. 그러면 데이터요금제(?)는 원해서 가입하셨다고 해야 하구요. 만약에 안그러면 핸드폰 기계값이 청구될 수 있으니 꼭 그렇게 해주셔야 해요." 라며 은근히 겁도 주더라구요. 이후에도 본사에서 뭘 물어보면 이렇게 답변하러고 꼼꼼히 알려주시더군요.

뭐 어차피 저는 기계값 공짜로 받는 거라 시키는 대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본사직원은 다 안다는 식이로 "데이터요금제에 가입하신거는 강요는 아니었는지요? 혹시나 대리점 직원이 미리 설문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답변을 하라고 요구 했는지요?" 라며 꼬치꼬치 캐묻더군요. 속으로는 뜨끔 했지만, 절대 아니라고 제가 가입한거라고 딱 잘라 거짓으로 답변을 했습니다. 하지만 며칠은 뒤통수가 간지럽더군요.[각주:2]

통신사에서 이런식으로 행하는 설문조사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설문이 가지는 암묵적인 평가점수에 강요받는 직원들이 왠지 안쓰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식으로 설문조사를 받을때는 직원이나 대리점과 짜고 치는 고스톱같은 느낌이 들어서 뒤통수가 근질근질 하군요.
  1. 설문 항묵중 '만족'이 0점이라는 사실에 놀랐네요. [본문으로]
  2. 몇년전에 핸드폰이 망가져서 샛별전자 AS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분도 명함을 하나 주시면서 이렇게 저렇게 평가좀 해달라고 부탁하신 적도 있었군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