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임플란트 관련글을 쓰다보니 댓글로 주워먹는 지식도 상당하군요. 치과 관련직종에 계신분들이 제 글에 대해 지적도 많이 해주시고, 격려도 많이 해주시는데요. 간혹 제 글에 대한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해주시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정보/공부/쇼핑] - 임플란트 수술할때 할인 받으셨나요?

특히나 위 글에는 "환자와 의사사이에 불신만 심어준다!" ,  "진료비를 흥정하지 마라~" 라는 댓글을 달아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저는 그런 의도로 작성한 글이 아니기에 웬뜬금없는 소리인가?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몇시간후 두 댓글을 읽고나니 제 글이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나 제 글을 보고 무턱대고 임플란트 가격에 대한 흥정을 하는 환자분이 계실까봐요. 진료비는 흥정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는것은 맞습니다만 임플란트 가격에 대한 현실은 이상과는 다른것 같으니 씁쓸할 따름입니다.



부러진 크라운 한컷

거의 두달이 다 되어가는군요. 저녁먹고나서 치실작업(?)하다가 팅~하고 떨어진 치아.... '아프지도 않았는데 다 썩어 있네, 왜부러져~? 에이 또 돈들게 생겼네~' , '한달만 더 있다가 부러지지.... 이번달에 약속 많은데~ㅜㅡ' 라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크라운으로 씌워둔 치아가 몽땅 썩어서 부러진 바람에 오랜만에 찾았던 치과.. 솔직히 별로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치아상태에 대한 전문가의 냉철한 평가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의사선생님 위쪽 송곳니 옆 이빨만 봐주세요. 다른것은 절대 보지마세요~!' 라고 신신당부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치과 의자에 누으면 나의 치아상태를 모두 개방해야 하니.. '전체 견적이 또 얼마나 나올까?' 하는 우려도 들고요.

제 친구중에는 이런게 싫어서 '모르는게 약이다!' 라며 치과와 발을 끊은 친구도 있습니다. 나이 더 들면 고생좀 하겠지요. '입냄새는 어쩔꺼니~? 응!?'

 의사선생님이 다른환자를 치료중이시라 양치하고 치위생사와 상담하고 엑스레이도 찍고나서 잠시 기다렸습니다. 잠시후 의사선생님이 오시더니

"아~ 해보세요. 에고 여기 부러졌네요~ 가만보자.... 김간호사 차트좀 가져와요~
.....
신경치료했던 데군요. 엑스레이를 보니 뿌리에 염증이 생겼는데.. 이거 뽑아야 할것 같은데요?"

이 치아는 더 이상 쓸수 없으니 뽑아야 한다고 말씀해주시네요.

의사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그 방법은 제가 생각했던 최후의 방법이었기에 선뜻 '뽑아주세요!' 라고 답변을 못했습니다. 제가 잠시 머뭇거리자.. 의사선생님께서는

"이게 뽑는데 한시간이상 걸릴 수도 있구요. 엄청 아플수도 있습니다. 신경치료 했던 데라 쉽게 빠지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라며 대략적인 수술 방법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치과의자에 앉아서 무방비 상태인 저에게는 청천날벼락같은 소리였지요. '엄청아퍼? 얼마나? .. 한시간도 넘게 걸릴수도 있어?'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안녕히 계세요'인사를 하고 나가고 싶었습니다.


   "지금 당장 뽑겠다는건 아니니까,  잠시 생각해보세요."


"오늘 당장 안뽑아도 되고요, 며칠후에 다시 오셔도 되요. 하지만 조만간 뽑긴 뽑아야 해요. 너무 부담갖지 말고 누워서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라며 자리를 비워주셨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니 부담감은 확실히 덜 하더군요. 지금 당장뽑을 기세로 달려들었다면 저는 도살장에 뭐 끌려가듯 울며 겨자먹기로 치과의자에 누워 있을 수 밖에 없었글 것입니다. 그렇게 한 5분 지났을까? 그 짧은 순간에 수십번도 결심을 왔다갔다 하더군요. '오늘 안뽑안도 된다고? 그럼 다음에 올까? 아니 담주에 뽑을까? 이번주에 약속많은데.. 이거 뽑으면 술도 못먹을텐데.....'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생각을 했던것 같습니다. 머리는 뽑으라 하고 마음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도망갈 궁리만 하고 있었으니까요.

"뽑아주세요!"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결국에는 뽑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언젠가는 뽑아야 할 건데 뽑아야지. 암~!' 이라고 마음을 굳히고 치위생사를 불러 뽑아주세요~ 라고 말씀드리고 의사선생님을 기다렸습니다. [옥탑방/일상] - 신경치료했던 치아, 1시간 동안 발치해보니.. 먼저 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고된 시간을 보내며 뽑긴 뽑았습니다.

뽑고나니 마음이 후련해 지더군요.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고, 마음속으로 제 자신을 칭찬했답니다.;


   환자에게 잠시 고민할 시간을 준 현명한 선택.


만약에 의사선생님이 생각할 시간조차 안주시고 반강제(?)적으로 발치를 강요했어도 뽑긴 뽑았을 겁니다. 하지만 환자의 입장에서는 마음가짐이 달랐겠지요. 하기 싫은데 억지로 시키는 느낌이랄까? 만약 이랬더라면 발치의 고통은 더 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의사선생님은 잠시나마 제가 결정할 시간을 주었고, 발치가 의사의 반강제(?)적인 권유가 아닌, 제가 결정한 것처럼 잘 포장해 주셨다는 점입니다. 결론은 정해져 있는데 누가 시켜서 하느냐, 아니면 스스로 결정하느냐의 차이였지요. 그 길을 가는 동안 고되느냐 즐겁냐의 차이라고 할까요?

패떴에서 유재석이 한 우스개 섞인 말이 생각이 나는군요. "이거 너희들이 시켜서 하는거 아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거야! 내가 파 썰고 싶어서 써는거고, 김치 썰고 싶어서 써는거야! 절대 너희들이 시켜서 하는거 아니야!"... 어떤일을 하는데 있어서 남이 시켜서 하는거랑 자기 스스로 하는거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자기 스스로 하는것이 능률이 높다는 점은 진리와도 같은 이야기지요.

이 의사선생님은 치아를 뽑는데 있어서 치과의사가 억지로 결론을 이끌어 내기 보다는  환자가 스스로 결정할 시간을 주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환자인 제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의사선생님의 권유와 일치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그런지 발치하는 동안에 아파도 꾹 참고 잘 견딘것 같습니다.

비단 이 뿐만이 아니라 학생을 지도하면서도, 자식을 키우면서도 혹은 동등한 입장에서서 어떤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자리에서.. 지도자의 입장에선 사람은 상대방의 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은 꽤 중요한것 같습니다. 비록 그 결정이 교묘하게 유도된 결정이라고 해도 말이죠. 상대방이 그 사실을 인지할 수 없도록 하는 것도 꽤 중요하겠지요.

어머니도 이 치과의사분이 친절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모를 작은 배려를 해주셨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어머니 임플란트를 이곳에서 하기로 결정할때 고려한 요소중에는 신뢰란 변수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저희 동네에서는 임플란트 가격이 비슷비슷했었기에.. 단골치과[각주:1]의 작은 배려가 더 큰 부분을 차지했구요.

그래서 감히 그 분에게 현명하다라는 수식어를 붙여드리고 싶네요. 이 자리를 빌어 그 치과 선생님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담달에 있을 임플란트 수술도 잘 해주시라 믿습니다.


  1. OO치과라고 쓰려다가 단골치과라고 이름을 붙여버렸습니다. 2~3년에 한번씩 가도 단골은 단골이니..^^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