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나 더 적어보려 합니다. 치과라는 곳이 무섭고 아프고 눈살찌푸려지는 곳이긴 합니다. 드릴 돌아가는 소리와 치과 특유의 알콜냄새는 청각과 후각을 고통스럽게 하기도 하는데요. 치과갔을때 가장 마음편한 경우가, 친구 진료할때 따라가서 대기실에 앉아서 잡지나 TV를 보는것 같습니다.ㅎㅎ

인간의 몸에 손을 대는 직업인 의사라는 직업은 매우 정교함을 요하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또 그것을 보조해 주는 간호사란 직업도 마찬가지겠지요. 하지만 그들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이런 난감한 상황을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지금까지 치과 다녀보면서 겪어본 상황들 중에서 몇개 뽑아봤습니다.


1. 초보 치위생사 혼내는 의사선생님.


@The English Surgeon

한달전 치과에서 발치할때 일어난 일입니다. [옥탑방/일상] - 신경치료했던 치아, 1시간 동안 발치해보니..이건 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저 치아 뽑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치아 뿌리와 잇몸이 염증때문에 접착제 처럼 딱 붙어 있어서요.

의사선생님이 집게로 제 치아를 붙잡고 이리저리 흔들며 빼려고 하자 저 머리 전체가 움직였습니다. 그래서 옆에 서있던 김간호사라는 분이 제 머리를 누른답시고 살짝 눌렀습니다. 저를 남자로 봐서 -_-? (남자 맞긴 하지만.. 환자로 봐야 하지요?;;) 아주 살짝~ 제 머리를 누르시더군요. 의사선생님은 힘줘서 제 치아를 흔들고 있는데 그렇게 눌러서는 제 머리가 고정이 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참 김간호사[각주:1] 꽉눌러~" 아까보다는 세게 누르긴 한것 같은데.... 온몸의 체중을 실어서 누르지 않는 이상은 제 머리가 고정이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아이참~ 김간호사~ 그럴꺼면 누르지마~ 뭐하는 거야?~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김간호사 오라고 하세요~" 그래서 다른 분이 오셨는데.. 그 분은 석션기(입안에 넣고 이물질을 흡입하는 기구)를 잘못 다뤄서 혼나시더군요. 결국에는 조각내서 뽑아내긴 했지만요.~


2. 석션기[각주:2](흡입기구) 사용에 서툰 치과위생사 때문에 입술에 멍들다.


치료하다 보면 옆에서 보조 치위생사분이 옆에서 의사선생님의 수발을 드는 경우가 있는데요. 뭐뭐 가지고 오세요~ 하면 가져다주거나 석션기를 같이 입에대고 침이나 피를 빨아들이는 역할을 맡을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석션기를 다루는 데에도 요령이 필요하더군요.

드디어 새로 오신 김간호사 라는 분이 석션기를 들고 제 입에서 나는 피를 빨아들이는데.. 석션기가 자꾸 제 입술을 빨아들이는 겁니다. "아이 참 김간호사~ 석션기를 입안에 넣고 (전원)눌러야지, 밖에서 누르고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니 자꾸 입술에 걸리는거 아니야~ 그러다가 환자 입술에 멍들어~" 라고 하시네요. 예전에도 치과만 다녀오면 입술이 붓고 멍들기도 하던데 그 석션기를 잘못 하용하셔서 그런것 같군요.


3. 대답좀 하게 입안에 있는 기구좀 빼주시죠?


@Dentist

치과 처음에 가면 의자에 누워서 의사선생님이 "아~ 해보세요. 어디 아프세요?" 라고 물으시면 어디 아프다고 대답을 해야 하는데.. 입안에 넣은 기구를 빼주셔야 대답을 할거 아닙니까~ 입안에다 기구를 걸쳐 넣으셔서 제대로 대답을 할 수가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손짓을 해가며 어금니쪽~, 윗니쪽~이라고 가리키기도 하고 우물우물 거리면서 대답하기도 하는데... 제가 우물우물 거리는 소리를 제대로 들은건지도 모르겠고;;~ 아무튼.. 이럴때는 입에서 기구좀 빼주시면 좋겠네요.


4. 환자와 직접 대화해 주세요.


제가 가는 치과에는 가끔 이런경우가 있습니다. 치료를 하기 전이나 끝내고 난 후, 관리요령, 비용, 더 치료해야 하는지 여부등등 환자에게 알려줘야 할 때가 있는데요. 근데 의사는 꼭 치위생사를 통해 말씀을 하시네요. 제가 앞에 누워 있는데도 "이 환자분은 오늘 치료했으니 저녁까지 아무것도 드시지 말라고 하시고, 안쪽 치아가 썩어서 레진을 해야 하고,등등~ 다음주에 한번 더 나오라고 하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휘리릭~ 사라지는데요. 그러면 옆에서 들었던 치위생사가 앵무새 처럼 똑같은 말을 해주더군요. 많은 환자를 상대해야 하다보니 치위생사를 통해서 전달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진정 환자가 원하는건 의사선생님과의 진솔한 상담이 아닐까요? 치위생사를 통해 전달하다보면 제대로 전달이 안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니까요.

"선생님 저 환자분은 어금니가 부러지셔서 오셨는데요?"
"왜 부러지렸데요?"
"....."

왜 부러졌는지 안물어 봤으니 치위생사는 당연히 대답을 할 수가 없겠죠. 썩어서 부러진건지, 뭘 씹다가 부러진건지..... 가끔 이런 경우를 겪을떄면 치위생사가 환자와 의사의 중간에서 제대로된 전달자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들때도 많습니다.

경력이 오래된 배태랑 치위생사분은 옆에서 의사 못지 않는 솜씨로 보조를 잘 해주시고, 질문을 해도 정확히 답변해 주시기도 하십니다. 그런데 가끔 실전에 투입된지 얼마 안된 새내기 치위생사[각주:3] 분들이 옆에서 보조할때면 환자 입장에서는 긴장되기 마련이지요.
 
그래도 가끔은 이런 상황들 때문에 긴장감이 약간은 풀어지기도 하는것 같습니다.~^^
  1. 김씨 성이 제일 많아서 김간호사라는 호칭을 붙였습니다.. [본문으로]
  2.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는데.. '후루루루룩~' 하면서 빨아들이는 기구. [본문으로]
  3. 치과간호사가 아니라 치과위생사(혹은 조무사?)라고 하는군요. http://blog.daum.net/gnathia/7823790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