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년전 어느 토요일, 서울에서 친구의 결혼식 후 뒤풀이 자리를 가졌습니다. 대학동기 결혼식이라 그런지 동기들뿐 아니라 선후배들도 많이 참석했습니다. 마치 뒤풀이 자리는 대학교 동창회 분위기 같았습니다. ~

'지금 새내기들은 07학번이라며? 천사(04)학번 들어온지가 엊그제 같은데.~ 세월빠르다. 완전 띠동갑이네~ 요즘 캠퍼스 분위기는 어떨까? 한번 가보고 싶다~' 등등 대학교의 추억에 젖어 한잔, 두잔 술이 술술~ 넘어가더군요. 1차 분위기가 마무리 되는것 같아서 2차로 자리를 옮기고 얼마후, 친구들이 웅성대며 A양이 안보인답니다.
 

   술자리에서 사라진 친구와 후배


"어? A양 어디갔지?"
"아까 껌 사온다고 나갔는데"
"전화도 안받아~!!"
"어디 끌려간거 아냐? -_-;"

남은 친구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계속 전화를 시도했지만,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멘트만 들릴뿐.. 통화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행여나 무슨일이 생긴걸까? 걱정 안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쪽에서.. B군도 안보인다고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근데 B군은 또 어디갔어?"
"글쎄~ 그러고보니 아까 부터 안보이던데.."
"전화한번 해봐~"
.....
"전화 꺼져 있어!!!"

@결혼은 미친짓이다 중.


A양과 B군이 사라진 사실을 2차와서 알았으니, 나머지 친구들도 정신없게 마시긴 했나봅니다. 인원이 하도 많아서 한명씩 챙겨줄 여건도 안되었으니, 그건 그렇다고 치고... 이 두 친구는 도대체 어딜 간것일까요? B군은 몰라도, A양은 정말로 연약한(?) 여자인데, 납치라도 당했으면; 정말 큰일이죠. 더군다나 여긴 유흥가!; 취객들도 많고 삐끼들도 길거리에 포진해 있는 상황은 저 조차도 낯선 풍경이었으니까요.

A양은 껌사러 갔고, B군은 말도 없이 사라지고.. 둘이 같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걱정이 반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갑자기 다운되는 술자리 분위기는 싸늘~ 하던군요. 4살 많은 선배님도 참석하셨는데, 제 동기와 여자후배가 사라졌으니,, 남은 친구들은 괜히 선배들 눈치만 보고 있었습니다.

친구들 말로는 아까부터 둘이 구석자리에 앉아서 쑥덕쑥덕 거렸다는 것, 둘이 나간 시각이 비슷하다는 점, 그리고 둘의 전화가 모두 꺼져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때, 충분히 둘이 같이 있을 확율이 높다고 생각하고 계속 술자리를 이어갔습니다.


   다음날 나타난 두 남녀.


자정을 훌쩍 넘는 시간 까지 먹으면서 행여나 돌아오지 않을까~ 기다렸지만..결국에는 이 둘은 술자리가 끝날때까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남은 사람들은 각자 잘 곳을 향해 친구집으로, 모텔로, 찜질방으로 헤어졌습니다. 다음날이 되서야 이 두친구는 나타났는데, 너무 티가 나는 알리바이에 웃음이 나더군요. 어제까지 술퍼먹고 모텔에서 자고일어난 친구들은 부시시한 모습이었는데 이 A양과 B군은 모텔에서 샤워를 하고 나왔는지 말끔하더군요. 머리에 젤도 바르고, 여자후배는 말끔히 화장까지 하고 짠~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30분차 시간간격을 두고 말이죠.

껌사러 나갔다가 아는 언니를 만나서 그쪽에서 술먹고 필름끊겼다는 둥,남자동기는 갑자기 급한 연락을 받고 나갔는데 핸드폰 배터리가 다 되었다는 둥... 그냥 저희들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속아주는 척 하는거죠.뭐~ 애들도 아니고 불타는 욕정을 누르지 못하고 그랬으려니~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A양과 B군은 한순간에 불타는 욕정이 아니었나 봅니다.


   다음주 토요일에 잡힌 결혼식이 이 친구들의 결혼식이랍니다. ^^



뒤늦게 실토한 이야기를 듣자니 실소를 금할수 없더군요. 그날 A양과 B군은 같이 나간게 맞습니다. 둘이 구석에 앉아서 쑥덕거리며 눈이 맞았는지 어쨌는지~ A양이 껌사러 나간다고 나갔고, B군데 화장실갔다가 은근슬쩍 나가서는 둘이 놀았다고 하네요. 이렇게 둘의 첫만남은 시작이 되었고.. 2년이 지난 후에 결혼까지 골인하게 되었네요. 아는 사람만 안다는 이 둘의 결혼식에는 이런 비밀이 숨어 있답니다. :)
 
2년전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웃긴데.. 지금와서 보면 신기하기도 합니다. 별로 친분이 없던 사이인데.. 이렇게 결혼까지 하게 되다니.. 남녀간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요. 아무튼 이 둘의 이야기는 결혼 후에도 재미난 추억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날 둘이 도망가는 바람에 남은 친구들을 걱정시킨 죄로 담주 결혼식에서 신랑을 좀 빡시게 골탕좀 먹여 볼까 생각중입니다. 결혼식하객으로 가서 신부측, 신랑측 사람들과 눈맞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제 주위에 이런 경우가 생길줄은 몰랐네요.

예전에 작은어머니께서 "결혼적령기에 딱 눈에띄는 사람이 나타나게되면 그 사람과 결혼하게 되더라"하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말이 얼추 맞는것 같습니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세요~ 혹시 눈에띄는 사람이 있지는 않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