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에 있었던 결혼식 뒤풀이 자리는 내가 참석해본 자리중에 제일 재미있었고, 인상적이었다. 장소는 비록 작은 술집이었지만, 통째로 빌린 술집이라 남의 눈치 볼 필요도 없었고, 화려하진 않지만, 나무로 군데군데 장식한 인테리어는 나름대로의 운치를 느끼게 해주었다. 물론 이런 시각적으로 들어오는 인테리어 보다는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두 아는 사람들이었기에 더 분위기가 좋았던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분위기가 어느정도 무르익자 서로 따로따로 노는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하긴 인원이 많다보.... 네댓명씩 짝을 짓거나 따로 놀거나 나가저 전화를 받거나, 혹은 술취해 누워서 자거나~ 우리끼리 인데 뭐 어떠랴~ 그냥 편하게 마시는거지...

자리가 돌고 돌다보니 대학동기 여자애랑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K양~ 오랜만이다~ 작년에 결혼했다며? 축하단다" 로 시작해서 '대학교때 누구 기억하느냐~ 걔랑 연락하느냐~ 그놈 참 웃겼는데~' 등등 어색함을 풀기위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꺼냈다.

@Bride Wars



"근데 B양은 왜 안왔니? 아직도 연락해? 졸업하고 연락을 통 못했네~"
"말도마.. 걔 완전 이상해~"
"모가?"
"걔 내 전화 받지도 않아~...~"


무슨일이 있었기에 B양은 이상한 애로 찍혔을까?? B양과 K양은 매우 친하기로 소문난던 터라 더 의구심이 들었다. (사실 여자끼리의 기싸움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괜히 이런 이야기를 주구장창 널어 놓는 이야기는 나를 더 피곤하게 만들기도 한다. 서로 죽일듯이 눈치를 보다가 어느새 팔짱끼고 다니는 모습을 수차례나 봐왔기 때문에.. 그냥 한쪽으로 듣고 한쪽으로 흘리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이야기는 좀 다르다. 졸업후 연락이 끊긴 B양의 소식이 궁금해서 살짝 언질을 던졌는데 되돌아 오는 말은 의외였기 때문이다.


 둘다 잘 한거 없는 이유.

 
K양은 뭘 잘못했을까?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은것이 제일 큰 잘못이지만 개인사정을 들어보니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뒤에 처신을 잘 했어야 한다. 딸랑 부조금만 보내지 말고 B양에게 직접 전화를 넣어 주었어야 하는데, K양은 부조금을 보내며 간접적으로 불참여부를 알렸다. 당일 결혼식 신부인 B양은 그걸 귀담아들을 겨를이 있었는지 의심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B양은 무엇을 잘못했나? 
친구와 몇십년지기 우정을 결혼식 불참이유만으로 깨버린 것이다. (나중에는 또 서로 팔짱끼고 호호대며 수다를 떨지도 모르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적색경보인 상황!) K양도 나름대로 적법한 알리바이가 있었고, 비록 몸은 참석안했지만 할만큼 했다는 사실은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래도 용서못해!' 라고 말한다면 제 3자의 입장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긴 하지만.....


@Bride Wars



[[테마] 결혼식 에피소드] - 결혼식 에피소드 3 - 같은날 열리는 결혼식,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중 
이날 이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본인도 친구의 결혼식에 불참할 수 밖에 없었다. 고민끝에 결국 이 자리에 참석했지만, 비슷한 상황인 그녀들의 상황을 지켜보자니, 나도 약간은 걱정이 되었다. 물론 나는 미리 전화로 안부를 구했고, 그날 점심때에도 화상전화로 축하의 메시지도 날리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으니.. 그나마 다행? 물론 그 친구는 섭섭함이 없다면 거짓이겠지만, 그나마 덜어준 셈이다.

여자들은 하객에 대해 남자들 보다 더 예한것 같다. 실제로 결혼식장에 가보면 신랑측 하객들이 10명이 왔다 치면 신부측 하객은 그 반도 안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친인척을뺀 나이또래 하객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여자들은 결혼식할때 친구들이 참석하는지, 누가 오는지에 대해 특히나 예민한것 같다.

그런데 사람관계라는게 단칼에 베어지는것인가? 한두달 만난 사이도 아니고...; 둘중 하나는 먼저 손을 내밀어야 풀릴 둘사이의 벽은~ 언제쯤 풀릴것인가~? 자기들이 알아서 해결해야할 상황이지만, 괜히 서로 눈치보며 다른 친구들 모임에까지 불참하는 모습을 보니... 그녀들의 다른 친구들까지 불편해 보인다. 요즘 트렌드가 쿨한여자라던데.. 이번만큼은 쿨한척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여자, 남자를 떠나서 결혼식에 불참하게 된다면 미리 양해를 구하는것이 인간관계를 유지시켜주는 현명한 방법이 될것이다. 섭섭한 마음이 100정도 라면 그 중 30만큼 이라도 덜게 될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