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참석한 친구 결혼식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어제 글에도 적었다시피, 식권을 받는데 약간의 마찰이 있었습니다. 예식이 거의 끝날 무렵, 사진촬영이 이어졌습니다. 친구들이 우르르 나가서 사진을 찍었고, 부케던지는 장면도 몇컷찍은 후, 식사시간이 되었습니다.

예식이 생각보다 길었던 터라 지루한감도 없지 않아 있었기에, 식사하기전 바람좀 쐬려고 친구들과 함께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건물 안 카운터 쪽이 씨글벅적합니다. 뭔일인가? 하고 두리번 거리고 있었는데, 식권받으러 들어간 한 친구가 나오더니 부조금내고 식권을 하나씩 받아가라고 하니 얘기좀 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식권받으러 들어간 친구, "부조금[각주:1] 안내면 식권 안준대 -_- !"


피로연장에서 한컷.

난감했지요. 친구들이 거의 20명 가까이 모여 있는데, 어떤 친구는 부조금만 먼저 낸 친구도 있고, 다른 친구들은 먼저 돈을 걷어서 신랑에게 준 친구도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은 식권을 안받았기에, 친구 결혼식에 와서 밥은 나가서 사먹어야 할 판입니다.

친구 두명이 설득을 해보려고 들어갔지만 헛수고였습니다. 입구에 앉아서 부조금 받는 사람들도 신랑친구의 친지나 지인일텐데.. 결혼식 축하해주러 온 친구들에게 너무 형식만 따지는것 같아서 기분이 상했습니다. 한 친구는 기분이 매우 상했던지, "에이~xx 안먹어!" 하더니 밖으로 나갔습니다.

결국에는 신랑쪽 친적 어르신 한분이 나오셔서 카운터에 앉아계신 분과 이야기를 나누시더니 식권을 넉넉하게 받아주셨습니다. 남으면 반납하라시면서...
 
친구들 결혼식을 많이 다녀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대부분 피로연장 앞에서 번호표를 따로 주셔서서 나중에 가감하는 방법으로 식권갯수를 계산하거나, 카운터에서도 신랑신부측 친구들의 식권은 따로 받아서 왔었거든요. 경험이 많이 없던 분이신지 몰라도 융통성이 없더라구요.

이전 포스팅에서도 밝혔지만 앞으로 우리 친구들끼리는 부조금을 모아서 신랑에게 직접 주기로 했는데, 다음에도 소란이 계속 생긴다면 이 방법은 난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미리 언질을 주어서 이런 소란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할것 같구요. 요즘은 핸드폰으로, 온라인으로 축의금을 보낸다는데 이런 경우를 생각하면 쌍수들고 환영할 만한 방법은 아니네요.

결혼식은 금전적으로 많은 돈이 오가는 행사입니다. 결혼식에 참석하는 손님들의 입장에서는 부조금을 내야하고, 결혼식을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억단위, 천단위로 결혼식 비용이 들어가는 때문에 수입과 지출에 있어서 정확한 계산이 필요한 것은 일리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당사자, 혹은 그 당사자의 부모님과 친지분들께는 일생에 단 한번 있는 대행사입니다. 전국각지에서 하루전날, 혹은 당일 새벽에 출발해서 결혼식에 참석한 손님들에게 너무 장삿속을 티내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손님들도 다 알고 있거든요. '오늘 부조금을 얼마를 내면 다음에 이만큼 돌아오겠지?' 라고요. 하지만 그런것을 대 놓고 밝힌다면 의리만 상하는 결혼식이 되겠지요. 주는 입장, 받는 입장을 중요시하기 보다는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결혼식이 되도록 조금씩 양보하는 미덕을 길렀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결혼시즌에 돌입하는데요. 앞으로 있을 수많은 결혼식에서도 웃으면서 축하해주는 모습만 기억에 남으면 좋겠습니다.


  1. +) 부조금, 축의금, 조의금.. 단어 쓰임에 대해서.. [조의] 남의 죽음을 슬퍼하는 뜻, [축의] : 축하하는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내는 돈이나 물건. [부조] : 잔칫집이나 상가(喪家) 따위에 돈이나 물건을 보내어 도와줌. 또는 돈이나 물건 따라서 부조금은 두 경우 모두 쓸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