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부터 몸이 뻑적지근 하더니.. 토요일 오전에는 일어나지도 못할 만큼 몸살로 고생을 했습니다. 밤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찬바람을 많이 맞아서 인지, 술병이 나서 그런지 몰라도.. 겨우내 찾아 오지 않을 것만 같던 감기가 제게도 찾아왔네요. 쿨럭~!

주말이라 병원도 쉬고 그래서 토요일 늦게 3곳의 약국을 돌아다니면서 겨우 영업하는 곳을 찾아서 감기약을 사먹고 일찍 누웠습니다. 약사의 처방대로 물을 많이 먹고 자서 그런가? 그날 밤에 화장실만 세번을 다녀왔습니다. 하루종일 누워있어서 밤에 잠을 자는것도 안자는 것도 아니고, 머리는 지끈지끈거리고, 몸은 뜨겁고..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비몽사몽 토요일밤을 보내고서..오늘 아침에 원룸 주인아주머니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아침부터 누가 문을 두드리길래 엉거주춤하며 문을 빼꼼히 열어보니 주인아주머니시네요. 뭔가 어렵게 말을 꺼내시는듯.. '얼굴이 왜그러냐~ 어디아프냐~' 등등 서론을 길게 두시는 눈치십니다.


"다른게 아니라... 총각~ 아래층에서 밤에 물내리는 소리때문에 신경쓰인다고 하거든~? 밤에 화장실 많이 가나?"
"...네....어제 밤에는 몇번 들락날락 한것 같은데요?"
"아래층 사는 학생들이 총각이사온 다음부터 자꾸 그러는데.. 물내리는 소리가 다 들린데~"
".. 아 ~ 그래요?...."

순간 '아픈사람 잡고 무슨소리를 하냐!' 는 식으로 말씀 드리고 싶었지만.. 그때는 서 있지도 못할 만큼의 감기몸살 + 두통때문에 힘겨워서 그냥 '알겠습니다.' 하고 넘겼습니다. 그렇게 원룸 주인아주머니를 그냥 보내고.. 다시 잠자리에 누워서 약기운에 힘겨워 하고 있는데.. 불현듯 이사 오기전에 아파트 꼭대기층에 살던 생각이 나네요.


예전에 적어둔 관련 글입니다. 이사오기 전에 아파트 꼭대기층에 살면서 소음으로 꽤 고생을 했었습니다. 오후만 되면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 노는 학생들, 일탈을 일삼는 학생들, 엘리베이터 소리등등.. 그때는 층간 충격에 의한 소음에만 시달린 터라 다른소음에 의한 피해는 생각지도 못했었거든요.

그런데 원룸 주인 아주머니의 말씀을 듣고 나니 이제는 '내가 소음의 가해자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층간소음에 시달린 제가 이제는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장본인이 된 것입니다.

아파트에 있을때에도 물론 아래층에서 화장실 사용하는 소리는 어렴풋이 들렸습니다. 하지만 아파트는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고 아파트라는 특성때문에 층간 소음에 대해 적어도 최소한의 소음완화장치가 있었겠지만. 지금 사는 곳은 오래된 원룸이고 제가 사는 곳은 이번에 공사한 옥탑방이라 그런 장치가 아예 없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옥탑방으로 이사 오기전 아파트 층간 소음에 시달린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 나면서.. 아래층 학생들에게 괜히 미안해 지더라구요. 비단 화장실 물 소리 뿐만 아니라 방에서도 뒷꿈치로 쿵쿵 찍으며 컴퓨터 의자 바퀴를 이용하여 드르르륵~ 이동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옥탑방에서 그런지, 변기의 수압이 세서 그런지, 배관모양이 이상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곳 자리잡은 이상 이상 아래층 사람들을 배려해야 겠다는 생각에 밤에 화장실 사용하는데에도 조심해야겠습니다.

더 미안한 것은 원룸 주인아주머니께서 손수 죽을 끓여다 주셨다는것;; 김치넣고 김치죽을 끓이셨다면서 따끈한 냄비와 깨듬뿍 뿌린 간장종지 하나를 큰 쟁반에 받쳐 가져다 주시는데 눈물 나올 뻔했습니다.고급 전복죽도 아니고, 한우를 넣은 소고기 죽도 아니지만, 제가 먹은것은 그 이상이었습니. 그 맛은 말로 표현을 못하겠네요.

쟁반을 넘기시며 괜한 잔소리 한것 같아서 미안하다며 흘러가는 말투로 얘기를 해주셨지만, 저는 이사오기전 아파트에 살면서 이미 그런 소음의 고통스러움을 겪은 터라.. 주인아주머니께서 위층과 아래층의 중간에서 괜한 중재역할을 하시는것 같아 보여서 , 괜시리 제가 더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