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후에 계속 집에 관련된 포스팅이네요. 제가 이사오게 된 곳은 작은 옥탑방입니다. 언덕위에 위치한 3층건물 위에 작은 공간, 7평 남짓한 방하나에 화장실하나, 싱크대 하나, 그리고 생활하는 공간까지 합쳐도 혼자 생활하기에는 넉넉한 편인데요. 작다면 작다고 할수 있는 그런 공간이지만... 최대한 넓게 쓰고자 가구들을 모두 벽쪽으로 둥그렇게 몰아 넣었습니다. 첫 독립이자. 처음 가지게 되는 저만의 집인 셈이라 제게는 큰 의미 있는 공간입니다.


   30여년 만에 생긴 나만의 공간


이사오기 전, 아파트에서도 물론 저만의 방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나이니 만큼 부모님과 같이 살다 보니 제약되는것이 많았습니다. 지인들과 밤늦도록 술먹고 들어올때도 신경이 쓰이고, 밤 늦게는 친구들을 마음대로 집으로 불러 들일 수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에 독립을 하고 나니 이런것은 이제는 신경쓸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이런것 때문에 생활리듬이 깨질까 더 두려운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좋은 점들도 있습니다. 가끔 주말을 이용하여 작업을 하다보면 아침 동이 트도록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때면 주무시는 부모님께 방해가 될까봐 조심스럽게 거실로 나가서 야식을 만들어 먹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옥상에 올라가서 답답한 마음을 풀고는 했는데.. 하루를 48시간으로 활용을 하더라도 이제는 그런것들은 신경쓸 필요가 없게 되었으니 개인적으로는 만족합니다.


   탁트인 옥상 공간의 활용


이사를 하기 전에 방을 구하러 다니면서 10곳 정도 둘러보았습니다. 보증금이나 월세에 비해서 턱없이 시설이 형편이 없거나 작은 방도 몇군데 있었는데요. 그러던 중 마지막에 제 눈에 띈곳이 바로 이 방입니다. 이번에 새로 공사를 해서 제가 첫 입주인 셈! 옥탑방이 촙고, 덥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주인 아주머니께서 많은 신경을 쓰셨더라구요.

보통 장판의 두배가 넘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열전도율이 높은 장판을 깔아 주셨고, 100mm 판넬, 공사를 하면서 지붕을 이중구조로 만들어 주셔서 여름에도 그리 덥지 않을 거라고 하시네요. 공사비만 꽤 들었다면서 깨끗이 사용해 주시길 당부하셨습니다. 기존에 생각해온 옥탑방 치고는 구석구석 많이 신경을 쓴 흔적이 보입니다.

그러면서 제게 옥상의 사용권을 주셨는데요. 조건은 물론 깨끗이 사용한다는 조건 하에 옥상 열쇠를 건네 주셨습니다. 옥상을 보면 제 방의 크기 만큼 넓직한 공간이 마련이 되어 있는데요. 벌써부터 여름에는 옥상에 나가서 고기도 구워먹고 친구들과 함께 시원한 맥주도 한 잔 할 생각을 하면 제게는 너무나 고마운 공간입니다.


   아파트 소음에서 해방


이전에는 아파트 꼭대기 층에 살았습니다. 바로 옆에 엘리베이터가 있는지라.. 시도때도 없이 울리는 엘리베이터 소음에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였습니다. 어느정도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아파트 소음에 시달려 보신 분들은 아마 제 마음을 이해하실 겁니다. 모터돌아가는 소리는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어느집에서 들리는 지 모를 쿵쿵 대는 소리는 제가 살던 아파트에서 나는 소음의 주범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사를 하고 나면서 느낀점은 제가 제일 꼭대기 층에 살고 주변 소음으로 부터 어느정도 해소되었다는 점입니다. 더군다나 아파트 소음에 민감해져 있던 저로서는 무인도에 와 있는 것처럼.. 조용한 분위기 때문에 뭔가 모르게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조금 지나면 익숙해 지겠지만.. 쿵쿵대는 소음에서 해방이라니.~


   아침, 저녁으로 멋진 분위기를 연출해 주는 소중한 햇빛


옥탑방이라 주변에 일조권을 방해하는 건물이 없습니다. 아침이면 햇빛이 방을 환히 비추고, 저녁이면 붉은 노을에 방안이 붉게 불타 오르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을 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남향집에 처음 살아보기에 햇빛의 소중함을 다시 함번 깨닫습니다.

햇빛이 이 만큼이나 잘 들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아침에 빨래를  방안에 널어두어도 저녁때 쯤이면 다 말라 있으니 정방향의 남향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낮에는 보일러가 안돌아가도 15도 이상을 유지하니 따로 보일러 돌릴 필요도 없을 정도로 햇빛이 잘 듭니다.

어제는 어느정도 짐 정리가 끝나고.. 주인아주머니와 함께 가스,수도,전기 요금등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서 30분 정도 얘기를 나누었는데요. 얘기가 끝나고 나자 냉장고에서 김치 한포기를 넘겨 주시는 겁니다. '이런거 안주셔도 돼는데..' 라고 하자.. '우리 집에 처음 이사온 사람에게는 선물로 반찬 통씩 주는데.. 때마침 맛있게 익은 김치가 있어서 주는거니 부담없이 받아요' 라고 하시네요. 김치는 많이 있으니 모자르면 언제든지 내려와서 말만하라고 하시는 말씀에 제 가슴이 울컥 했답니다.

외진곳이 홀로 자리를 잡은 저에게는 어머니에게서 느끼지 못한 타인의 따뜻한 배려는 처음 느낀 것이거든요. 아무튼 첫 독립치고는 주변 상황들이 많이 도와주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