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는 어머니를 따라 절에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를 꼭! 거창하게 치르고 싶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종교적 행사임을 떠나서 어린이들이게는 일종의 파티개념으로 인식이 되었으니까요. 학교며, 집 주변 교회에서는 번쩍번쩍 트리를 만들고 밤마다 환하게 비춰주는 형형색색 전등은 어린 제 마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전구

두꺼운 도화지에다가 색연필로 "Merry, X-MAS" 라는 글씨를 써서 방안에 도배를 하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트리가 없어서 집안에 있는 작은 화분에 알콜솜을 동그랗게 뭉쳐서 풀로 붙여 두고, 손전등으로 전구를 대신해서 저만의 트리를 만들고 노는것이 제가 어렸을 때 보낸 크리스마스의 전부입니다.

저희집은 그렇게 잘 살지는 못했습니다. 어머니께서 식당을 운영하시면서 근근히 먹고 사는 정도였으니까요. 시골에 살아서 주변에는 변변한 레스토랑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전후로 해서 저희 식당은 가족단위 손님들로 인해 엄청 바빴습니다. 그때는 불고기 메뉴가 제일 많이 나간걸로 기억됩니다. 삼겹살 보다는 달짝지근한 불고기가 남녀노소 할것 없이 .. 시골풍 입맛에 맞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어느덧 해는 뉘엇뉘엇 지고, 어두컴컴한 저녁이면 제 눈에 보이는것은 집앞 교회에서 세워둔 어른 키만한 크리스마스 트리였습니다. 밖에서 놀다가도 그 트리를 계속 보고 있으면 맥박수가 마구 올라가고, 제 머리속은 온통 케이크 생각밖에 안났습니다. 식당으로 냉큼 달려가서 엄마를 무조건 엄마를 찾았습니다. 

손님맞으랴, 상치우랴.. 정신없이 일하는 어머니를 졸르며 케이크 하나만 사달라고 때를 쓰곤 했었죠. 그때는 돈을 주고 무엇을 사야한다는 것을 몰랐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께 말만하면 '짠~' 하고 물건이 나온다는 개념이었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바쁘다며 집에 들어가라는 어머니가 얼마나 야속했던지... 다른 애들은 엄마, 아빠 손잡고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는데.. 저는 TV를 친구 삼아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했습니다.

어머니는 손님이 남기고 간 불고기를 싸주시면서 "집에 가 있으면 가게 끝나고 케이크 사갈께." 라고 저를 달래고는 하셨습니다. 그 말을 철통같이 믿고 따뜻한 안방의 아랫목누워 어머니께서 싸주신 불고기를 한점한점 집어 먹다가 잠이 들고는 했습니다. 제 방이 있었지만, 안방에서 자야 어머니께서 일 끝나고 집에 들어오실때 나는 인기척에 깰 수 있었으니까요.

한참이 지난 후 집에 들어오는 어머니의 인기척에 눈 비비며 일어났는데.. 케이크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닭똥같은 눈물을 떨구며 서럽게 울다 잠이 들었습니다.

어렸을때는 빨간날이면 왜 그리 눈이 빨리 떠졌을까요? 지금도 풀리지 않는 의문입니다. 아무튼 크리스마스 당일날 엄청 일찍 일어났습니다. 팅팅 부운눈을 비비며 방 문을 여는 순간 "빠직" 하는 소리에 놀랐습니다. 빌 밑을 보니 "24색 크레파스 세트"가 놓여있더라구요. '산타 할아버지가 두고 가셨구나!' , "야호!" 소리를 치면서 안방에서 주무시는 어머니께 자랑을 했습니다.

"엄마~ 이것봐라~♪ 산타할아버지는 선물도 주고 가신다~♪~!"


그날 하루는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산타할아버지는 내편이야!' 생각에, 케이크 사온다면서 안사온 어머니에 대한 배신감에 아침밥도 거르면서.. 산타라는 신적인 존재를 등에 업고 그날 하루는 의기양양해 지고는 했지요.

그일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되었습니다. 산타할아버지의 존재의 의미를....


앞으로 세월이 몇십년이 지난 후에는 제게는 산타의 존재가 사라질 것입니다. 인간이라면 겪어야할 필연적인 과정이기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렸을때에는 항상 요구하고 받기만 하고 지냈다면, 올해는 제가 선물을 주는 산타가 되어보려고 합니다.

비록 제과점에서 산 제일 싼 케이크이지만, 오늘은 어머니만의 산타클로스이고 싶습니다. 몇십년 후에는 주고 싶어도 안계실테니까요. 앞으로 몇번이나 산타클로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모르지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이 글은 정확이... 365일... 1년전에 써둔 글이네요. 크리스마스를 맞아 다시 조심스레 꺼내봅니다. 다행히 올해는 케이크외에도 용돈을 드릴정도로 제 경제상황이 좀 나아졌습니다. 말씀은 안하시지만, 어머니 입가의 미소만으로로 제 마음은 뭔가로 꽉 채워진듯한 느낌입니다.

찾아주시는 분들 모두모두!~ 즐거운 성탄절 보내시구~ 며칠 안남은 올해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나머지 인사는 12월 31일날 마저 하도록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