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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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어제 새벽 12시 반쯤, 주차장에서 주차중이던 자동차가 후진중 뒤차의 범퍼를 받고 그냥 가는 상황을 목격. 관리소 아저씨를 불러서 자동차번호를 확인 조치함.
오늘 점심때 관리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제 그 일 때문에 그러는데 저녁 7시에 관리소로 와줄수 있냐고 물으시길래.. 7시 반까지 가겠다고 시간약속을 잡았습니다. 얘기를 대충 들어보니 주차하려던 차 주인(A)이 발뺌을 하고 있고 주차되어 있던 차(B)는 그거에 열받아서 신고를 하니 마니 난리가 난 모양입니다.

생각보다 일이 커졌네요. 순간 괜한 싸움 붙인게 아닌가 하는 후회도 들고.

7시 30분이 거의 다 되어서야 관리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A차의 주인은 50대 아저씨였고, B차의 주인도 40~50대 아저씨였습니다. 제가 들어오자 A차 주인은 저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째려보십니다. 순간 움찔 했습니다. 복장은 어제 입으셨던 복장(검은외투+검은 모자)이어서 한눈에 알아봤습니다. 그와 반면에 피해차량 주인분은 저를 애타게 기다리셨다는 눈빛이셨습니다. 대충 상황을 파악해보니 한바탕 실랑이를 한후 두분다 씩씩대는 모습이었습니다.

갑자기 A차 운전자분이
"당신이 내 차가 받았다고 그랬어?" 다짜고짜 반말섞인 톡 쏘는 말투로 저에게 언성을 높이시더라구요.
"네."
"젊은 사람이 어디서 생사람을 잡고 그래? 어? 증거있어? 있냐고!"

갑자기 언성을 높이셔서 당황스럽기도 했구요. 관리소에 들어가서 자초지성을 자세히 들어보기 전에 저를 '죄없는 사람을 왜 범인취급하냐'는 듯이 마구 몰아붙이시더라구요.

관리소 아저씨께서 중재에 나서시는 바람에 드디어 저도 말할 기회를 얻어서 어제 제가 목격한 시간과 상황을 설명해 드렸죠. 

A차 운전자분도 어이가 없었다며 또 저에게 뭐라 그리시길래 어제 사진찍은것 있다고 디카에 저장해둔 사진을 보여드렸습니다.

사진을 보신 피해차량분이
"맞네~ 어제 내차 자리네~ 내가 주차할때는 앞에 아무것도 없었어. 저차는 아까 당신차 맞지?" 하면서 괜히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시네요. 디카로 날짜와 시간을 확인까지 해드렸습니다. 이 사진을 보시더니 더 아무말 당황해하시는 눈치셨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더 했습니다.
"어제 아저씨랑 동승자분이 내리셔서 '이정도면 괜찮네~" 라며 뒤차 범퍼 확인하는거 제가 들었거든요?" 저도 따지듯이 답변을 드렸습니다. 어찌나 기세등등하시던지..

점점 B차 주인쪽으로 우세한 분위기로 넘어갔습니다. 제가 오기 전까지는 A차 운전자분은 아무 죄없는 사람이 뺑소니 범으로 모는 상황이었습니다. 5초? 정도의 조용한 공백이 흐른후...

.

"그..그래요. 살짝 부딪쳤어요. 됐어요!? 사람들이 쪼잔하게 왜 그래?"
드디어 A차 운전자가 어제 상황을 인정했습니다. 좋은나라 운동본부가 언뜻 생각이 나더라구요. 말바꾸기 선수에 관리소안에 있던 사람들도 어이상실 상태에 빠졌습니다. (뭐 그 A차 운전자의 사람됨됨이에 대해서는 따지면 손가락만 아플것 같기에 그만 둡니다). 사실 여기서도 발뺌하면 경찰부르고 사건은 점점 커졌을 텐데.. 맘속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 사람이 A차분이 아니고 어제 내가 본게 꿈이었다면?' 저 또한 무고한 사람을 뺑소니범으로 몰뻔했으니까요.;;

아무튼 이 사건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렸습니다. 그 상황에 더 끼어있기 싫어서 바로 관리소에서 나왔습니다. 관리소 앞에 주차된 B차의 범퍼를 보니 그리 심하게 찌그러지지는 않았네요. 약간 패인정도와 긁힌 정도?

B차를 구경하고 있는데 B차의 운전자분께서 나오십니다. 저를 보시더니 고맙다고 하시면서 인사를 몇번이나 하시길래 몸둘바를 몰랐네요.그분 얘기를 들어보니 사실 신고할 의도도 없었는데. 그냥 간단하게 사과하면 받아주시려고 했는데 그쪽에서 아니라고 자꾸 발뺌을 하고, 처음부터 욕섞인 반말에 화가 나셨다고 하시면서 .. 저런 사람은 XX라고; 계속 분이 안풀리셨는지 씩씩~ 대시네요.

그분을 보내드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잘한건지 잘못한건지 모르겠습니다. 제 신고로 결국 여러사람이 오늘 귀찮은 일을 겪게 되었고, A차 운전자분이나 B차 운전자분께서는 오늘 맘편히 못 주무실것 같기도하고요. 괜히 중간에서 나이지긋이 드신 관리소 아저씨만 불편하게 해드린건 아닌지..

쉽게 끝날일을 너무 어렵게 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름대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오늘 하루 시작도 뒤숭숭했었는데.. 결국  마무리도 뒤숭숭하게 끝내서 찝찝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