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12시 반쯤.. 잠도 안오고 해서 우유를 전자레인지에 데워 창밖의 경치를 구경하며 마시고 있었습니다. 자기 담배생각이 나길래 옷 두툼하게 입고 옥상에 올라가서 담배한대 피우면서 눈발 날리는 안개속에 물감을 풀어놓은듯한 네온사인들을 바라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겼죠.

그런데 아파트 입구에 차 한대가 라이트를 키면서 들어오는 모습에 자연스럽게 눈이 가더라구요. 저는 가끔 창밖을 내다보며 주차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속으로 훈수를 두곤 합니다.

'좀더 앞으로 나가야지~, 에이~ 핸들을 더 꺾어야지~' 라며..

오늘도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온 그 차를 지켜보면서 훈수를 두고 있었습니다. 주차장이 꽉 찼는지 2중주차를 하려는 눈치입니다. 옥상에서 본 저희 아파트 주차장에는 2중 주차할 자리가 몇군데 안보이는데... 용케도 제가 눈으로 찜해둔 자리를 찾아서 후진주차를 하려고 합네요.

그런데 잘 하다가 뒤차의 범퍼를 받았습니다! 옥상에서 봐도 뒤차가 밀리는 모습이 확실히 보였고 소리도 제 귀에 "철컥~" 하면서 들렸습니다. 주차하려고 후진하던 차 운전수 놀랐는지 내려서 뒤차의 앞범퍼를 살펴보더니 자기들끼리 '괜챃아. 괜찬아. 이정도야 뭐.' 라면서 그냥 반대편 동 입구로 들어가는게 아니겠습니까;;

아파트 주차장에서 뺑소니 당해본 유경험자


이런 광경은 올해 3번정도 본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신고할까? 관리소에 해야하나? 경찰서에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내 자동차도 아닌데 뭐.~ 귀찮게' 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다음날, 그 차가 바로 저희집 차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참고로 저희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도 아니고, CCTV도 없습니다. 이런 경우 증거자료가 없으면 신고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눈앞에서 뺑소니를 당한 셈이죠.ㅜㅜ 아침에 자동차 범퍼 찌그러 진걸 확인하는 순간 참 허무하더라구요. 전날 저희집차를 받은 그 차는 새벽에 나갔는지 보이지도 않고..'나 바보짓한거야?' 라는 생각에 화가 치밀더라구요. 사실 범퍼 찌그러진거 확인하는 순간 어딘가 포스트잇이나 메모지가 붙어있을꺼야! 라면서 자동차 앞유리를 훑어 보기도 하고, 혹시 바람에 날려갔는지 자동차 밑에도 다 찾아보기도 했습니다만 없더라구요.


관리소에 바로 신고후 디카로 증거사진 남김


그래서 오늘은 꼭! 관리소에 말해두려고 합니다. 늦은 새벽에 인터폰으로 아파트 관리소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성을 설명해 드리고 저는 옥상에서 핸드폰으로 아저씨께 위치를 설명해드리고 관리소 아저씨께서도 핸드폰을 받으시면서 직접 주차장에 나와서 자동차 번호판을 적어가시더라구요.

카메라를 들고 다시 옥상에 올라가 사진을 찍어두었습니다. 바로 아래 사진입니다.


빨간원 : 가해차량?
노란선 뒤차가 원래 있던 위치
빨간선 : 뒤차가 이동한 위치
빨간 화살표 : 이동 방향

빨간원의 차가 가해차량?이고 뒤에 차는 노란선에 있다가 뒤 빨간선까지 밀렸습니다. 이 사진은 이번 사건의 혹시 모를 증거자료로 제출하려고 원본사진도 고스란히 저장해두었습니다. 추후에 이산을 증거자료로 제출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지만... 이런 상황을 경험한 저로서는 많은 도움이 될것 같아서 저장해 둡니다.

만약에 이런 경우는 어찌될까요? 사진만으로도 증거자료로서 효력이 있을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