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간 방송3사의 모든 드리마를 섭렵하고 나면 금요일에는 공중파에서는 딱히 볼만한 드라마가 없다. 월~목기간동안 공중파의 피터지는 드라마 전쟁속에서 이리저리 구경하고 나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기도 하건만..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든다. 주말은 하하하~.호호호~ 웃음을 주려 노력하는 각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이 편성되어 있기 때문에 금요일만큼은  하얀 공백이 생긴 느낌이다.

작년부터 인가? 케이블TV에서 한번보고 반해버린 드라마가 있다. 벌써 시즌4까지 나왔으니 얼추 공중파드라마에서는 상상도 할수 없는(?) 꾸준한 인기도라 할수 있겠다.

나름대로 두터운 매니아층도 형성하고 있기때문에 이 드라마의 인기는 죽~ 이어질것으로 보인다. 내가 금요일에 '막돼먹은 영애씨'를 보는 큰 이유는.. 하루정도는 우리 사는 일상을 드라마를 통해서 보고싶다는 생각에서이다. 

한주내내 공중파드라마에서 의사,변호사,서울시장, 회사 사장님,사모님 등의 호화 캐릭터들을 출연시키면서 윽박지르고, 없는 눈물도 쥐어짜고, 가학의 미학을 즐기는 시어머니 등등 너무 극단적인 소재로만 치우치는 드라마를 뒤로하고 하루정도는 우리내 일상을 그리는 편한 드라마를 보고 싶은 이유일 것이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가장이 되고 주부가 되고 어느새 어른이 되어 뜨거운 가슴속 열정을 숨긴채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속으로 함께 가보자~"

항상 막되먹은 영애씨를 시작하기 전에는 편안한 목소리의 성우가 저런 멘트를 날린다.

조연들로 구성되었지만 탄탄한 배테랑 캐릭터들




막돼먹은 영애씨에는 인기있는 A급 연기자는 없다. 어디서 봤던 그런 얼굴들로 이루어져있다. 그렇다고 연기력이 딸리는것은 절대 아니니 안심해도 된다. 반짝하고 나타났다가 반짝하고 사라지는 그런 A급 연기자보다 꾸준히 연기실력을 쌓아둔 감초같은 배테랑 조연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니 드라마는 더 감칠맛이 난다.

출산드라로 한때 큰 인기를 누렸던 이영애를 비롯하여 선생님 이미지의 영애아빠, 요즘 사극재방송에도 자주나오는 영애엄마, 이쁘장한 영채, 철없는 영채남편 혁규, 인간적인 대머리 사장, 허풍심한 윤과장, 진상떠는 정지순, 돌아온 이혼녀 돌아이, 부자집 도련님 이미지 최원준(영애랑 왜 헤어졌니!;), 로보트 같지만 가슴은 따뜻한 장동건 등등.. 자기들만의 특이한 캐릭터들로 중무장한 막돼먹은 영애씨. 여느 드라마 못지않게 캐릭터들이  빵빵하다.

현실적인 드라마, 이 정도의 '뻥'은 귀엽다.


드라마에서 '뻥'은 시청자들을 당혹케 한다. 둘이 연인사이인줄 알았는데.. 갑자기~ "뻥이야~사실 둘은 남매다~!" 라고 뒤통수를 칠때면 또냐? 라고 반문하게 된다.

"친동생이 남이고 옆집 여자가 남동생인 어지러운 출생의 비밀과 친구와 재혼하고 또다시 친구로 지내는 이해할수 없는 이혼과 의사가 고개를 가로젓는 혈색 좋은 불치병과 버스 손잡이 같은 귀고리를 한 섹시한 여검사와 덜떨어진 조폭 고민하며 중앙선을 넘어가는 급 유턴이 없는 드라마"
라서 좋은 드라마
위 문구는 막돼먹은 영애씨 시청자게시판에 올라온 감독님의 글이다. 주중내내 급유턴하는 드라마에 시달리다보면 어느새 삭막해진 느낌을 받고는 한다. 예를 들자면 출생의 비밀, 끝없는 복수극, 마른 눈물짜는 처절한 신파극, 못마땅한 며느리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난 시어머니등등  이정도?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드라마는 갈등이다. 갈등이 없는 드라마는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라고 말한다. 하지만 공중파 드라마는 이 갈등이라는 요소만 부각시켜 무조건 튀는 드라마, 무조건 강한 드라마만 만들려는 욕심이 강한것 같다. 핵폭탄 같은 갈등의 요소보다는 연인이 터트리는 폭죽처럼 가벼운 갈등도 필요하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경우 이런 틈새시장을 나름대로 잘~ 공략한 소박한 드라마가 아닌가 생각한다. 삭막한 전쟁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노란 꽃?정도..

공중파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



"으이구 이년아~ 언제 시집갈래~" "으이구 지겨워!" 영애 엄마의 입에서 거침없는 욕이 튀어나온다.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나는 대사이지만 왠지 정감이 가는 이유는 뭘까? 우리들의 어머니들 같아서 그런것은 아닐까?

31살 노처녀인 큰딸을 위해서 여기저기 맞선자리 만들기에 바쁘고, 외모 이쁘장한 막내딸은 혼전임신에 유산, 남편은 변변한 직장없어 공무원준비하다 바람까지 피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고 있는 걸보면 그녀의 입에서 걸쭉~한 욕이 튀어 나오는것도 다 이해가 간다.

뭐. 요즘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자면 개새끼는 기본으로 욕이 튀어나도더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걸죽하고 귀에 착~ 달라붙는 욕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상에서 탈출하고픈 그들.. 하지만 막돼먹은 영애씨는 그들의 일상에 초점을 두고 있다. 탈출하고 싶지만 탈출할수 없는 인생사를 재미있게 풀어주고 있기 막돼먹은 영애씨. 이 드라마를 찾는 사람들의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여기서 얻는 점은 우리 인생사?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