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출해서 근처 떡볶이집에 들렀습니다. 간단히 요기나 할겸 친구와 떡볶이 1인분시켜서 먹고 있는데 중학생들 4명이 우르르 들어오더니 조용하던 가게가 갑자기 씨끌벅적해지더라구요. 그들이 털어놓는 생생한 진학얘기에 친구와 저는 말없이 떡볶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경청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학생들이 떠드는 소리에 기가 눌렸죠;;)

"야, 나는 ##고등학교 가면 수시 안보고 정시볼꺼야."
"##형은 제일 잘나가는 고등학교 다니면서 수능을 안본댄다."
"너는 고등학교 어디갈꺼니?"
"##고등학교는 가지말아라. 거긴 어쩌구저쩌구..."
"나는 답안지 30개나 밀려썼는데 반에서 36등했다.ㅎㅎ"

 
얘기를 들어보니 그리 공부를 잘하는 학생같지는 않았으나, 떡볶이를 먹으면서 온통 학교얘기와 아는 형들이 본 수능얘기를 털어놓는 모습이, 왠지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그들이 매고 다니는 검은 가방들은 하나같이 배가 불룩하게 있더라구요. 제 발에 자꾸 그 가방이 걸려서 가방을 직접 들어서 옆으로 옮겨놨는데 생각보다 무게가 상당했습니다. "키는 다 고만고만해가지고 이렇게 무거운 가방을 매고 다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 밖에 엄마왔다. 나 먼저 간다~" 하고  학원가야 한다면서 남은 떡볶이를 입안에 구겨넣고 양손에 도시락과 큰가방을 어설프게 들고 가게를 뛰어나가는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대... 말투는 완전 아저씨 같더라구요.

학원갔다가 집에오면 11시인 어느 중학생. "학원 가기 싫어서 죽겠다."

나름대로 예상해본 그들의 시간표


나가는 아이를 가리키며  "쟤는 학원두개 갔다가 집에오면 11시래" 라고 말하는 나머지 친구의 말을 듣자니 더 가관입니다. 자기도 "난 학원하나 다니는데.. 엄마가 담달에 하나 더 다니래. 가기 싫어 죽겠다." 그 말을 듣는 나머지 두 중학생은 조용하더라구요.

떡볶이를 다 먹고 나오면서 "아주머니, 계산이요~" 하고 주방에 계신 아주머니를 불렀습니다. 지갑에서 만원을 꺼내서 계산하려는데 그 중학생들이 걸리더라구요. 힐끔보자 돌아보니 그 중학생들도 떡볶이를 다 먹었던지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고 학원갈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교복에서 꼬깃꼬깃 천원, 이천원씩을 모아서 계산을 준비하던 그들을 보니 귀엽기도 하고 안쓰러웠습니다.

갑자기 친구녀석이 "아주머니 쟤들 먹은거 얼마에요?" 라고 하는게 아닙니까?
"5천 500원인데.."
"그럼 저거까지 같이 계산해주세요" 라고 하면서 중학생들 먹은것까지 같이 계산하더라구요.

저만 그녀석들이 안쓰러워 보인게 아니었나봅니다.

아주머니는 "야~ 니네들 땡잡았다~하하" 잔돈 500원을 거슬러 주셨습니다.

저희를 보면서 "감사합니다.~" 하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인사하는 그네들을 보면서 "공부열심히해라~" 하고 가게를 먼저 나왔습니다.

가만보자... 떡볶이 값 계산은 내가 했는데 생색은 친구녀석이 냈네요;; 그래도 암말 못하고... 반대쪽 어깨를 꾹~? 눌러주었답니다.

'아무나 계산하면 어때~ 함 좋은일 한번 했다 치지뭐~'

분식집을 나서니 해는 뉘엿뉘엿 지고, 갑자기 부는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저희는 갈길을 갔습니다. 고개를 들어 둘러보니 오늘따라 유난히 학원이랑 독서실 간판만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