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때, 개인적으로 충격적인 일들이 많았습니다.

재밌는 일들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가슴아픈 일들도 많아서.. 희비가 교차된 연휴였는데요.

그중에서도 대폭소를 불러 일으킨 우리 막내 조카의 한마디가 아직까지 웃기네요.ㅋ

 

사실 이게 조카 나이 또래에서 웃긴건 아닌데,

어른들이 생각하는 상식을 벗어나는 상황이라..

그게 더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합니다.

 

저희 친척분들 중에 저랑 6살이나 차이가 나는 의사 형님이 한분 계시는데요.

아시다시피 의사라는 직업이 좀 바쁜가요; 그 형님 얼굴 본지도 벌써 4년도 넘은것 같네요. 그런데 해외로 나가시게 되시다니,

앞으로 몇년은 더 못볼듯 합니다.

 

그분께서 올해 초에 해외로 장기 파견근무(?) 나가시면서 그간 살던 아파트도 세를 놓고,

각종 살림살이를 정리하는 도중에, 서랍 깊숙히 쳐박혀 있던 게임기를 요 조카녀석에게 넘기고 가셨습니다.

 

 

조카가 이제 초등학교 5학년에 갖 들어가서,

딱지며, 각종 장난감들에 한창 관심이 많을 나이인데, 나름 고가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를 받아 들고는 며칠을 방방 뛰었다고 합니다. (너무나 기뻐서~?;)

 

사실 저 나이또래에는 저거 하나 갖고 싶어서 부모님께 사달라고 울며불며 떼쓰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공짜로, 그것도 뜯지도 않은 각종 정품CD들이 가득한 박스까지 선물받았으니,

올해 방학은 참~ 알차게 보냈을듯~~ㅋ

 

"(큰 형님) 피플아~"

"(피플) 네 형님~"

"우리 명석이가 얼마나 대단한 앤줄 아니~?"

".........?"

"나중에 커서 자기도 큰 삼촌 같은 훌륭한 의사가 될꺼래~"

"오~~~ 그래요~ㅋ 기특하네요~~! ㅋ"

 

 

조카녀석이 얼마나 기특한지,

꿈은 크게 가지라고 했건만, 적어도 대통령같은 막연한 꿈이 아닌,

그보다 더 세분화된 직업을 꿈으로 가졌다는 데에 의아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무릎에 앉쳐두고 엉덩이를 톡톡 때려주면서 기특하단 표현을 해줬는데....

 

 

의사가 되고 싶은 조카녀석, 그 이유는 -_-? 

 

"(큰 형님) 근데 명석이가 커서 의사가 되고 싶은 이유가 뭔 줄알아~?"

"글쎄요~ 아픈사람들 고쳐주려고?"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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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커서 의사되면, 큰 삼촌처럼 자기가 사고싶은 게임기 다 살수 있어서 그렇데 ㅡ,.ㅡ 흠냐~;"


(일정한 목소리 톤을 유지하면서 웃으면서 얘기하시는 형님의 얼굴은 그다지 밝지 않았음;)

 

 

그 얘기를 듣고 있던 우리 일가 친척들 모두 뒤로 자빠졌습니다. 대 폭소도 이런 대 폭소가 없었어요; 친천들끼리 모이면 처음엔 어색하기도 한데, 그런 어색함을 한방에 날려주는 대폭소 상황이었네요.

 

아이들이 생각하는걸 볼때면, 어른들이 얼마나 정형화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지 새삼스레 느끼게 되네요.~ㅋ

 

조카녀석이 저 게임기만 붙잡고 일주일내내 밥도 먹는둥 마는둥 하길래, 큰형님 내외는 암말도 안하고, 쭉~ 지켜보다가 일주일째 되던 날 조카랑 한바탕 하고 게임기를 숨겨놨는데..

 

며칠 뾰루퉁~ 한채로 지 방에 쳐박혀서 말도 안하던 놈의 입에서 나온 말이.. "나도 커서 의사가 될꺼야~!" 라는 말에 "얘가 드디어 정신차렸구나~ 오 신이시여~ ㄳ" 라고 좋아 했었는데.. 이런 대 반전에 뒤로 안넘어 갈 사람 없겠죠?ㅋ

 

"의사되서 플스 다 살꺼야!"

 

역시 애들은 애들인가 봐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