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후면.. 이곳 옥탑방으로 이사온자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어떤 계기(!) 로 인해 아파트에서 함께살던 우리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고, 부모님의 새 둥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나만의 거처를 마련하게 되었다. 그게 벌써 1년전 일이라니.. 잘 믿기진 않지만, 그동안 숱하게 올렸던 블로그의 글들이 그 흔적을 말해 주고 있으니.. 그 글들을 다시 읽어봐도 감회가 새롭다.

 

오늘은 작년 이맘때로 돌아가.. 자취 초보시절?의 이야기를 회상해 볼까 한다.

 

 

1. 쓰레기 종량제 봉투 이야기, 난 큰게 좋은줄 알았지.

 

처음 자취할땐, 무엇보다 경제적인 부분에서 타격이 컸다. 월세, 공과금 기타 잡비 등등을 모두 내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무엇보다 아끼는게 제일 중요했다. 그래서 이것저것 가격대비 효율성이 좋은 제품을 찾는 습관이 들었다.

 

종량제 봉투.. 이거.. 처음엔 뭣 모르고, 큰거 사는게 이득인줄 알고, 종량제 봉투 50리터 짜리 한묶음을 구매했다. 그런데 한달정도 지나니.. 이건 잘못된 오해라는걸 깨닫게 되었으니;; 일단 자취방에서 나오는 쓰레기 양은 그닥 많지 않다. 그런데 그 큰 종량제 봉투에 채우려니..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도 쓰레기 봉투가 차질 않았고, 버리는 타이밍은 30년 입은 팬티 고무줄처럼 축축 늘어졌다.

 

검은 봉지에 따로 모아서 넣지만, 시간이 지나니, 물기가 있는 쓰레기 봉투에선 뭔지 모를 꼬리꼬리~한 냄새가 나기도 하고, 너무 큰 쓰레기 봉투가 입구쪽에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미관상 보기도 않좋았다. 그래서 두달이 지날쯤 쓰레기 봉투가 2/3 정도 찼을때 버릴 수 밖에 없었다.

 

무조건 큰게 싼거! 싼게 장땡이라는 생각이 불러온 실수였다. 자취생에게는 1~2주만에 채울수 있는 양이 딱 맞다.

 

 

2. 집에서 챙겨주는 밑반찬, 안먹어 썩히느냐, 보험처럼 냉장고에 넣어두느냐?


일단 자취를 시작하게 되면, 먹는건 거의 혼자 해결해야 한다. 집에서 누가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면 낼름낼름 받아 먹으면 되지만, 집을 나온 이상, 뭘 시켜먹든, 뭘 해먹든, 나가서 먹든~ 그건 본인의 자유..

 

처음엔 집에서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시는 밑반찬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지만, 자취방에서 밥먹는 횟수가 그닥 많지 않은 관계로.. 그 반찬들은 냉장고속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 그 후엔 집에서 반찬을 이것저것 만들어 준다고 해도.. "해줘도 안먹게 되요~ 하지마세요~" 라며 말리곤 했다.

 

그런데 요즘엔.. 다시 그 밑반찬들이 그립다. 이유인 즉슨, 한달에 먹는데 들어가는 돈이 어머어마하기 때문이다. 일단 배달음식이나 사먹는게 주식이되다보니.. 기본단가가 싼게 3,000원 ~ 좀 비싸다 싶으면 6천원~7천원대로 세고, 야식으로 배달시켜먹는 것들은 그 두세배 이상 단가가 팍팍 뛰기 때문에 생활비의 30%~40% 가량은 식비로 쓰이는것 같다. (나 식신이거야 -_-?)

 

뭘 먹어야 겠는데, 안먹으면 안되겠고~ 정작 자취방에는 먹을게 없을때!.. 뭘 해먹어야 하나, 시켜야 하다 한참 고민하게 된다. 밑반찬이라도 있었으면, 간단한 요기꺼리라도 해먹었을텐데... 김치도 없이 라면만 먹는것도 은근히 고역이라.... 자연스레 냉장고에 붙어있는 전단지를 훑어보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엔 어머니께서 해주는 반찬은 무조건 들고 온다.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먹어도 GO! 안먹어도 GO인 셈이다. 일단 김치라도 있으면 라면이나 김치볶음밥을 해먹기도 하기 때문에, 식비 절약 차원에선 이만큼 든든한 보험이 없다.

 

야식으로 치킨 13,000원 vs 컵라면 800원.. 단가는 거의 16배 차이가 난다. 고로 해먹는게 이득이라는건 자취생에게는 진리인 셈 (귀차니즘을 극복하자~!)

 

 

3. 룸메이트의 득과 실.


자취 중반쯤엔 홀로 방에서 뒹구는게 너무 심심한 나머지, 한 친구녀석과 4 : 6으로 생활비를 내기로 정해놓고 동거?를 했었다. 일단 방은 작지만, 그래도 혼자 지내는것 보다 덜 심심하리란 확신(?)에서 였다. 그런데 그 확신이 착각이었다는 사실은 머지 않아 알게 되었으니...

 

일단 룸메이트의 장점부터 말하자면, 퇴근후 집에 들어와 있을때, 방에 불이 켜있으면 은근히 반갑다. 어두컴컴한 방에 들어와서 벽을 쓰다듬으며  불을 키고, 아침에 출근하기 전 그모습 그대로의 썰렁한 방을 안봐도 된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들었다고나 할까? 게다가 한놈이 있으니 방에서 말상대가 있다는것도 처음엔 재미있었다.

 

그런데 며칠 후.. 그런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쯤..... "나 좋고, 너 좋자고" 불러들인 룸메이트는 점점 "나싫고, 너 좋자는" 식으로 변해버렸다. 세세히 말하긴 좀 그렇고, 딱하나만 말하자면.. 화장실에 수건걸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화장실 문 손잡이에 젖은 수건을 걸어두는것 조차 맘에 안들었으니 말이다. 사람의 마음이란게 참 간사한것 같다. 나 필요할땐 얼싸쿠나 끌어 앉지만, 정작 눈밖에 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매몰아 친다.

 

구두계약으로 한달만 지내보자고 했는데, 2주쯤 되었을때부터는 나머지 한주는 진짜 고역이었다. 미리 한달이란 기간을 정해두었으니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자취방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기도 힘들뻔했다.

 

만약 룸메이트를 구하고자 한다면, 정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나 혼자 사는 것과, 사람 한명이랑 더 사는것은 천지차이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성격도 제각각이고, 일상에서 보았던 그 친구의 성격과, 실제로 그 친구의 생활습관에는 약간의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건 가족과 같이 사는것이랑 다르다. 그래서 짧게는 한주, 길게는 한달 정도 기간을 정해둔후, 같이 살아본후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

 

* 자취 1년 차, 말 그대로 초보자취생이다. 1년쯤 되니, 도전과 모험?이었던 자취생활이 이제 슬슬 익숙해 지기 시작하는것 같다. 도전과 모험이 가득했던 시절... 만약 블로그가 없었다면, 1년동안의 자취생활은 무의미하게 지나갔을 것이다. 슬플때 같이 울고, 기쁠때 같이 웃어준 이 블로그에게 줄 작은 선물은 뭐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