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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녀탐구생활 나레이션 말투가 인기에요. 어찌도 그리 잘찝어 내는지 작가들의 점쟁이가 아니냐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에요. 그래서 저도 한번 시도해보니 처음이지만 잘 봐주길 바래요. 이름은 "자취탐구생활" 이라 지었어요.

남녀탐구생활 패러디 '자취탐구생활' - 좋은사람들


오늘도 어김없이 알람이 울려요. 이놈의 시계는 그렇게 때리고 던졌는데도 절대 망가지질 않아요.
상표를 힐끗 쳐도보니 메이드인 코리아라고 적혀있어요. 역시 국산은 국산인가봐요.
알람시계는 저렴한 중국산을 사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리에서 일어나 일단 화장실에가서 볼일을 봐요.
역시 아침에는 양이 많아 자칫하다가는 엿되기 십상이니 정신처려야 해요.
조금이라도 기우뚱했다가는 샤워해야 할 지도 모르니까요.

이불따위는 개지 않은지 오래에요.
어치피 밤에 또 잘껀데 이불을 개고 펴는 것은 이중노동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침대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이참에 이불을 침대삼아 쓰고 있어요.

세수를 다하고 나와 어제 사다놓은 삼각깁밥하나와 뜨거운 물을 함께 아침으로 먹고 출근준비를 해요.
컴퓨터를 켜고 오늘의 날씨를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아요.
그런데 젠장 오늘은 비가 온대요.
우산을 꼭 챙겨가야지 하며 현관에 있는 우산들을 원망스러운듯 쳐다봐요.
벌써 우산이 3개네요.

3분 출근법 따위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나에겐 30분 출근법이 있으니까요.
어떤날은 40분도 되고 50분도 되기도 하지만, 나는 느긋한게 좋아요.

빨래 건조대겸 옷걸이에서 양말과 티셔츠를 하나 집어서 입어요.
자취하고 난 사실이지만 옷장이 왜 필요하나 싶어요.
괜히 공간만 차지하고, 무거운 옷장은 자취생에게는 사치품이에요. 

건조대 위에 빨래를 널어두면 쫙 펴져서 말라 있는데..
왜 이걸 개고 서랍에 넣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사람들은 아마 이 방법을 모르는것 같아요.
역시 난 진정한 자취의 달인이에요.

싱크대를 보니 컵과 그릇들이 젠가를 하고 있어요.
언제 쓰러질지 모를정도로 위태위태 하지만 지잔만 안나면 괜찮겠다는 생각에 이것도 치우질 않아요.
아직 쓰지 않은 깨끗한 그릇 하나가 싱크대 선반위에 놓여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것도 아까워서 안쓰고 있어요.
퐁퐁이 굳을까 걱정되긴 하지만, 하나 새로 사면 되니 그냥 눈감고 지나가요.
설겆이는 저번주에 마지막으로 한것 같아요.

구두를 신고,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는데.. 계단위로 쿵쿵 발걸음 소리가 들려요.
이젠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주인아주머니인지 알수가 있어요.
시간차를 두고 지나치려고 했는데. 너무 빨리 문을 열었나봐요.
문앞에서 주인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어요. 문틈으로 내방을 힐끗 보시더니,

"아휴~ 총각은 맨날 빨래하나봐~ 맨날 빨래를 말리고 그냥~ ^^
깔끔하기도 하지~ 어여 가~ 잘갔다와~"

자취남은 도대체 아주머니가 무슨 소리를 하나 갸우뚱하며 엉거주춤 인사를 하고는 계단을 내려가요. '빨래는 입을 옷이 없어야 하는ㄷ.... 너무 자주 빨래하지 말란소린가?~' 하며 흘려들어요.

이런 ㅆ, 어떤놈이 또 복도에서 담배를 피웠나봐요.
계단을 내려가는데 역한 담배 냄새가 코를 찔러요. 개운한 아침이 망가지는 순간이에요.
1층에 도착하니 뭔가 허전해요. 아마도 담배연기 때문일것이란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해요.
지각하면 안되니까요.

좀 걷다보니 사람들이 죄다 한 손에  우산을 들고 있는것이 보여요.
이런 젠장, 인터넷으로 날씨를 봤는데도 우산을 깜빡했네요.
이는 분명 아침에 마주친 주인아주머니때문에 당황해서 잊은거에요. 절대 건망증따위는 아니에요.

자취남은 다시 옥탑방으로 올라가요.
내려올땐 몰랐는데 4층이 왜이리도 높아 보이는지, 계단 아침에는 늘어나고 저녁에는 줄어드나봐요.

드디어 4층에 올라왔어요. 옥상에선 주인아주머니께서 장독대 뚜껑을 들고 왔다갔다 하고 있어요.

"아이고, 총각~ 우산 안가지고 갔구나~ "

이게다 아주머니 때문이라는 말이 목까지 치솟지만,
쓴웃음을 지으며 "아~..예~" 하고 우산을 집어 다시 옥탑방을 나서요.

아침부터 4층을 두번이나 오르락 내리락했더니 삼각김밥의 칼로리가 모두 소모된듯해요.

역시 자취생의 아침은 정신없네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