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하다보니 은근히 인터넷 구매를 많이 하게 된다. 옷은 기본이고 기본 가전제품에서 부터, 라면, 생수.. 등등 잡다한 먹을거리까지 대부부의 구매를 인터넷을 통하여 한다.

집 근처의 대형마트도 있지만, 움직이는 데만 왕복 2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쇼핑시간까지 다 합치면 한시간가지고는 모자랄 때가 많다. 가끔 저녁운동삼아 마트를 둘러보곤 하지만, 목적은 구매가 아니라 산책(?)임에도 불구하고, 마트를 나올때는 두손 가득 봉지가 들려있는 것은 자취 귀신이 들렸기 때문일까;; 마트로 산책을 간다는 것 자체가 잘못 된것 같기에.. 요즘은 마트쪽으론 왠만해선 발길을 돌리지 않는다.

인터넷 쇼핑은 확실히 편하다. 찾아보면 마트보다 싼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배송비까지 무료.. *.*! 자취와 인터넷 쇼핑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찰떡궁합인것 같다. 그런데 택배로는 물건을 받는데에는 애로사항이 있다. 회사로 보내자니.. 그 물건을 다시 들고 퇴근하기가 여간 번거러운게 아니다. 간단한 책이면 모를까.. 부피가 큰 물건은 아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우리동네 택배는 대부부 점심 전후로 많이 배달이 된다. 이게 문제가 되는게.. 물건을 받아 둘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당한 황당한 케이스들을 소개하자면..

다른 자취방에 문 따고 들어간 사연

회사에 있는데 택배아저씨한테 전화가 왔다. 지금 집이냐, 아니다, 그럼 물건 어디 맡겨놓냐, 3층 주인집에 맡겨 달라, 알았다. 대충 이런대화였다. 그런데 퇴근후 주인집에 찾아가니, 물건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때 내가산 물건에 22인치 LCD모니터 였기 때문에 나름 고가의 물건.. (그 상황이 닥치니 자연스레 주인집을 의심하게 되더라;)

결국 휴대폰 통화목록을 뒤져서 택배아저씨와 통화를 했는데.. 주인집에 아무도 없어서 그 옆방에 맡겨 두었단다. '진작 말해주지!' 나는 부리나케 주인집 옆 자취생방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벨을 눌러도 아무런 인기척도 나질 않았다. '나는 내 물건의 생존여부?만 확인하면 돼! 제발...'

결국엔 주인아주머니께 말씀드려 그 방 학생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내일 모레나 돌아온단다. 그래서 그 주인집에 있는 여분의 열쇠를 이용해서 그 방문을 따고 들어가서 물건을 회수해 왔다. 누런 박스를 보니 얼마나 기쁘던지.ㅜㅡ.. 그날 밤늦게까지 22인치 LCD모니터에 푹 빠져 영화를 보며 감탄을 했다.

화장실 창문으로 넣어달랬더니...

그날도 역시 나는 집에 없었다. 이놈의 택배는 왜 점심시간에만 오는건지.. 나는 아저씨께 화장실 작은 창문 안으로 쏙 밀어넣어 떨궈 주세요~ 라는 의도로 말했다. 미리 택배가 올것 같은 날에는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화장실 창문 바로 밑쪽에는 큰 대야를 하나 받쳐 둔다. 혹시나 창문으로 떨어진 택배박스가 젖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날은 택배 아저씨께서 물건을 휙하고 화장실 안쪽 깊숙히 던져 놓는 바람에 대야 바깥으로 물건이 떨어져 있었다. 다행히도 귀퉁이만 살짝 젖어 있었다. 자칫하면 큰일날 뻔!

이건 뭐.. 누구의 잘잘못을 탓할 것도 없이.. 대화의 기술이 부족했다라고 해두자.

가츠님 책에 흠이 갈뻔했다! (책정보는 ▶오른쪽에~)


그래서 이젠 택배 주소를 아예 주인집으로 해둬야겠다. 주인집 아주머니의 상냥함에도 불구하고, 왠지 불편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거의 안마주치려고 하는데.. 택배물건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럴땐 아파트 살때가 편했던것 같다. "부재시 관리소에.." 라는 메시지만 적으면 알아서 관리소로 배달을 해주니 말이다. 집에 택배를 받아 줄 사람이 있다는 것, 이게 부럽기는 자취하고 나서 또 처음이다. 아무래도 관리소나 다른 집에 맡기는것 보다는 더 안심이 되기 때문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