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항상 뜨끈한 군것질 음식을 찾는 계절이다. 말랑말랑한 호빵, 검게 탄 부분이 더 맛나는 군고구마, 모양만 붕어인 붕어빵, 혓바닥이 고생하는 꿀호떡.. 생각만해도 군침이 쓱~. 하지만 겨울에도 찬 군것질 거리가 있으니 바로 귤이다. 밤새 귤까먹다 보면 손가락이 노래져서, 다음날 "어디 아프냐~ 손에 피가 안통하는것 같다.~" 라는 친구들의 핀잔섞인 걱정을 듣고는 했는데.. 벌써 그런 계절이 돌아왔다.

주말에 결혼식에 갔다가 부모님댁에 들렀다. 현관에 선물 추청되는 귤 한상자가 보였다. 그런데 노란귤이 아니라 녹색귤이라서 깜짝 놀랐다. 귤한상자가 죄다 푸릇한 새깔이 띄는 녹색이었다. 처음엔 귤이라고 인지를 못하고 다른과일인줄 알았다. 언뜻 봐서는 이게 귤이라는 생각이 안들정도로 상자안은 녹색물체(?)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어머니~ 이거 누가 보냈어요~? (참 성의없다.~ 라고 생각.)"
"아.~그거 제주도에서 보내왔어~ 한번 먹어봐~"
"이거 어떻게 먹으라고요~ 제대로 익지도 않은것 같은데.."
"일다 먹어봐~ 진짜 맛난다.~ 집에 갈때 몇개 가져가고!~"

그렇다. 녹색귤은 처음먹어 본다. 항상 노란색귤만 먹었었는데.. 녹색귤을 보자니 덜익어서 쓰고 신것 같은 느낌이 시각적으로 팍팍 느껴진다. 뜨거운걸 시원하다~라고 표현하는 어머니의 언어구사력이 거짓이라는걸 알 나이는 이미 지났고, "진짜 맛난다~" 라고 표현을 하셨으니.. 믿고 먹어볼만 하다라는 생각에 그 중 녹색빛이 덜 도는 놈을 하나 골라서 까보았다.


겉과는 다르게 속살은 지금까지 먹어온 귤과 별 다를바 없는 선명한 주황빛깔을 띄고 있었다. 하지만 녹색이 주는 느낌은 단맛보다는 신맛이 강할것 같다는 느낌은 지울수가 없다.


먹어보니 진짜 맛나긴 맛난다. 녹색에서 느껴지는 풋풋한 내음은 시각적인 착각일 뿐, 껍질을 벗겨 보니 보통(?)귤과 같은 맛깔스러운 주황색을 띈 알맹이가 보였다. 맛은 노란귤(?)과 별 다를바가 없었다.


탱글탱글 알맹이가 살아있다.


검색으로 알아보니 이미 불만제로에서 노란귤의 비밀에 대해서 방송을 해준것 같다. 노란귤은 약품처리를 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약품처리를 하면 귤을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시각적인 맛을 높여주겠지만 요즘같이 "약ㅍ....." 소리만 들어도 고개를 돌려버리는 소비자들에게는 그리 환영받을 만한 입장인 아니다.


녹색귤은 확실히 시각적인 식감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일단 나도 녹색귤이 실것이라는 편견때문에 녹색귤과 노란귤이 나란히 있으면 노란귤을 선택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먹어온 귤은 죄다 노란색이 아니었는가;;?

하지만, 나의 천연 당도측정기(?)로 측정해보니 단맛은 평균이상이었다. 그렇다고 녹색약품처리를 하지는 말자; 그것은 자연의 섭리에 대한 배신이다. 녹색귤은 시고 쓸거라는 편견을 버리자. 올겨울에도 열심히 귤을 까느라 고생하는 손가락에게 감사의 표시를~:)

+) 제주도에 사시는 파르르님 말씀에 따르면 예전에는 노랗게 착색을 많이 하긴 했는데, 요즘은 그냥 나무에서 익힌다고 한다. 이역시 노란귤 = 착색귤이라는 편견~:) 따끈따끈 제주소식을 올려주시는 파르르님께 감사~:)

손가락은 귤을 까먹을때도 쓸수 있지만, 아래 손가락버튼을 누를때도 쓸수 있다. (로그인 안해도 됨) 녹색귤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 분은 손가락버튼(☞☜)을 눌러 주시면 감사.~ 쪼기 아래 댓글도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