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이수근이 1박2일에 남아 있는것을 달가워 하지 않았었다. 현 맴버들 강호동,이승기,은지원,김c,mc몽,이수근이 갖추어 지기 전까지만 해도 이수근은 그저 1박2일 팀에서는 눈에 가시였다. 지상렬이 드라마'이산'을 위해 중도하차 하기 전까지만해도 이수근은 거의 지상렬의 밥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상렬에게 많은 호통을 받았다.

사실 그당시 이수근은 예능인이라는 표현보다는 개그맨이라는 명칭이 더 잘어울리는 캐릭터였다 .그저 잘 짜여진 각본대로 웃음을 주는 코너만 해와서 그런지.. 리얼 버라이어티의 특성인 맴버들간 주고받는 호흡에서는 가빠(이 단어 왜이리 어색한지.. '호흡이 가쁘다' 맞는데;;;)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이수근이 결정적으로 나의 눈밖에 나게 된것은 바로 그가 유행시키려던 개인기 '오동잎춤' 때문이었다. (실제로 유행이 되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순간 반짝하고 만 개인기라..) 그 오동잎 춤은 머리에 꽃을 꼽고 눈을 뒤집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행동하는 춤을 추는것인데.. 그게 그리도 미워 보일 수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안좋은 추억도 있었고.. 이수근에 대한 불신도 있어서.. 아마도 그리 보였을 지도 모르겠다. 이 춤이 보기 좋은 춤은 아니지 않은가?

이수근

그 당시.. 1박2일에서의 이수근이란 캐릭터는 나에게는 실망과 프로그램자체에 대한 관심도를 떨어뜨린 캐릭터였다. 이미 이수근에 대한 불신은 PD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결정적으로는 눈살을 찌푸르면서 보게된 오동잎춤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이제는 이수근은 1박2일에서는 L-글루타민산나트륨(일명 MSG, 음식첨가제)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언제 한없이 키 작아 보이던 그가 이리도 크게 컸을까? 아마도 지상렬이 1박2일을 나간 이후부터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수근은 그새 다듬어 지지 않은 장미의 가시들을 하나둘씩 떼어내서 시청자들이 손에 쥐어 줄만큼 자연스러워 보였다.

적재적시에 터져나오는 그만의 상황극은 가히 1박2일에서 다른 맴버들의 호흡이 가빠질때 유용하게 쓰인다. 그런데 그게 시간때우기식 개그가 아니라.. 진짜 웃기다는 점이니 이수근은 어느새 1박2일을 까먹는 캐릭터가 아니라 보탬이 되는 캐릭터가 되었다는 점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예능 속의 상황극은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에서, 혹은 기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는 보지 못했던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고 할까? 집에서 먹는 라면보다 산에서 먹는 라면이 더 맛있듯이, 기존 개그코너에서 보던 상황극보다 예능프로에서의 상황극이 더 신선한 이유일 것이다.

이수근

현재 이수근의 편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한마디로 좋거나 싫다는 의견이 흑과 백처럼 분명하다. 여기서 이수근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것은 '이수근표' 개그는 오래가면 안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김C와 함께 달인시리즈, 오동잎 춤, 앞잡이 캐릭터, 겉잡을 수 없는 개그 애드립등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중 달인시리즈는 이 중에서 제일 오래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루하다, 지루하다고~ 지루하다니까!" 라고 할때쯤 이 개그는 들어간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지루하다는 생각이 한번만 더 들었어도 나는 채널을 돌렸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수근의 개그는 양날의 검을 가지고 있다. 대박이거나 쪽박이라는 것이다. 그의 개그가 초반에 대박을 치는 이유는 강렬하기 때문이다. '오동잎춤'이나 '앞잡이' 캐릭터 등은 처음에 보면 웃고 즐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이면을 곰곰이 씹어보면 그리 좋아 보이진 않는다. 앞잡이.. 이 단어가 주는 뉘앙스는 무한도전의 노홍철을 대표하는 사기꾼이란 별명과는 약간 다르다. 아얘 '배신자'라는 단어를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수근

이수근은 현재 성공가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개그에 대한 단점을 보지 못한다면.. 그 누구보다도 빠른 속도로 도태되고 만다. 1박2일의 다른 맴버들은 도태될 때 잡아줄 동아줄이라도 몇몇개씩 가지고 있만, 이수근에게는 그런 동아줄은 보이지 않는다. 현재로선 없다고 봐도 무방할듯 하다.

1박2일을 통해서 멋진 아빠가 된 이수근, 앞으로 일박이(?)가 초등학교도 가고, 중학교도 가는 소식을 1박2일을 통해서 들을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수근의 개그에 돋아난 가시를 어느정도 더 다듬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