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은 그 어느때보다도 힘들게 느껴졌다.  심적으로는 연휴랍시고 3일 연달아 쉬지만.. 토,일을 낀 연휴였고, 개천절까지 추석이라는 이름아래에 푹 파묻힌 연휴였다. 육체적으로도 매우 고된 연휴였다. 박명수 아저씨가 없었다면 추석 귀향길은 완전 솔로잉이 될 뻔했으니.. 심심해도 너무 심심한 귀향길이었다.

금요일에 큰집에 들러 큰집 식구들과 오손도손? 추석전날을 보낸 다음, 추석당일날 추석예배를 드리는 자리에 참석만 한 후 바로 집으로 내려왔다. 사람들이 다 나같은 마음이었나?; 두시간이면 송편(ㄸ)을 빚을 거리를.. 4시간 넘게 차안에서 보냈으니 하체와 허리에 밀려오는 피로는 극에 달한 상황.. 게다가 차는 스틱이라 더 피곤했다.

해는 어느덧 뉘엿뉘엿 지고 .. 아무도 없는 컴컴한 원룸 건물을 투벅투벅 올라.. 나만의 공간, 나만의 쉼터.. 옥탑방에 도착하였다. 옥탑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신발을 벗고, 짐은 풀지도 않고, 한 구석에 쌓아둔 채로, 간단히 샤워를 하고 그대로 누워 버렸다.

항상 추석전날, 당일 저녁이면 친구들의 연락이 쇄도하니.. 오늘 만큼은 핸드폰을 진동으로 해둔 후, 푹신푹신한 이불 밑에 넣어두었다. 진동소리 조차도 느끼고 싶지 않을 만큼 피로가 극에 달한 상태 였기 때문에... 시간을 쪼개고 쪼갤만큼 알뜰한 연휴를 보낼 만큼의 여유가 없었다.

TV리모컨을 들고 박명수와 유재석의 취권연기를 보다가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TV는 켜둔 채로... 그와중에도 취침예약 버튼을 3번 누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취침예약 버튼은 1클릭에 10분;)

얼마나 지났을까? 밖은 컴컴한 걸 보니.. 아직 아침은 아닌가 보다. 눈에 힘을 주고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어렴풋이 시침이 보이는데 아직 자정도 안된 시각.. 아직 오늘이 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왜이리도 기쁜지.ㅜㅠ 만약 눈을 떴는데.. 일요일 자정있다면 좌절 했을 지도 모른다. ㄷㄷ;;

그런데 갑자기 방안에서 "서걱서걱"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깜작놀라 핸드폰 액정 불빛으로 방안을 휘~ 살펴보니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바람소리인가?' 하고 TV리모컨을 붙잡는 순간.. 다시 "서걱서걱"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엉덩이 꼬리뼈에서 뒷목의 척추까지 소름이 쫘~악! -_-; '서걱서걱' 소리는 끊이질 않았고.. 소리의 근원지를 찾으려 이번에는 핸드폰 카메라에 달린 플래시를 켰다. 자세히 들어보니 현관문 쪽에서 나는 소리였다.

'연휴에 도둑이 많더더니.. 내 방에도 ㄷㄷ;?'

도둑이라면 문고리를 잡고 돌렸을텐데.. 문고리 소리는 나지 않아 더 이상했다. '문 아래쪽을 긁는 소리인데.. 그렇다면 다리 잘린 좀!비!?'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면서 이불을 움켜쥐며 숨죽이고 지켜봤다.

'사람이 있는척 해야하나? 없는 척해야하나?' 정말 고민이 많았다. 다행히도 창문의 블라인드는 내려져 있었기에.. 우선 없는 척을 해야겠다. 그러다가 예전에 주인집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신게 생각났다.

"복도에 빈그릇 내 놓지 마세요. 도둑고양이가 다 헤쳐 놓습니다. [관련글]"

혹시나 하고 조심스럽게 문앞에 다가갔다. 익숙해져서 그런걸까~ 서걱서걱 소리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걸 깨닫고 나서는 '이건 사람이 아니라 개나 고양이 일 것이다.' 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문을 빼꼼이 열어보니 야옹~ 소리와 함게 포다다다~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다행이었다. 만약 진정 도둑이었다면 어찌됐을리 모르는 상황. "ㄷㄷ님, 이방에 사람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딴 방알아보세요." 라고 인사하며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옥상에 나가서 담배를 한대 피우며 혹시나 사람의 인기척이 없나~ 하고 아래쪽을 살펴보니 날씨가 쌀쌀해서 그런지 길거리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니가 싸고갔냐 -_-?


다음 날... 어제 도망간 도둑고양이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날이 밝으니 제일 먼저 눈에 띈것이 바로 고양이 배설물;;


요즘 기온이 뚝뚝 떨어져 길거리에 있는 갈곳없는 고양이들이 가끔 건물 안으로 들어와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기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문단속 잘하고 다녀야 겠다. 최근들어 밤마다 고양이 우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리는 듯..; 길냥이가 불쌍하긴 하지만.. 울음소리는 정말 -_-; 소름돋는다. 옥탑방 주변 곳곳에 내 영역표시(?)라도 해둬야 할지도;;


▲ 추천합니다.

청소년 축구 8강 진출 축하합니다. 새벽에 본방사수 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