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네 가게에서 일하다 보면 외국 단체 여행객들이 많이 드나든다. 한국인만 상대하다가 외국인을 상대하려니 여간 힘든게 아니다. 그들은 한국어에 서툴고, 나는 중국어나 일본어는 그냥 발톱에 때만큼 아는 정도다. 그러니 손짓 발짓 다해가면서 주문을 받고, 요금을 정해줘야 한다. (참고로 식당알바생들 중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은 없음;)

그 날도 외국 단체 손님이 밀려 든 날이었다. 저녁시간에 친구네 가게에 찾았는데 왠걸~ 홀에 테이블이 텅텅 비어 있어 깜짝 놀랐다. 평소같으면 발디딜틈조차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었는데..

"왜이래? 친구야~ 오늘 손님이 왜이리 없냐~?@!"
"단체손님 온다 그래서 예약석 빼놨어~"
"아~ 그래?"

테이블이 4~5개 빈걸 보니 20명 남짓 오나보다. A양과 B군이 서둘러서 테이블 세팅을 하고 있었고, 나도 일손을 도왔다. 잠시후. 20명이 넘는 손님들이 한꺼번에 밀어 닥쳤다. 한산했던 홀이 손님이 갑자기 들어닥치니.. 이미 먹고 있던 손님들도 신기한듯이 모두 일본인 단체 손님들에게 시선이 꽂혔다.

한국어가 아닌 다른나라 말이 사방에서 들리니 완전 소음에 가까울 정도;; 일본어를 조금이라도 알았으면 좋으련만..ㅎㅎ 뭔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1. 앉자 마자 주문하는 메뉴는?


일본인 단체 손님이 왔는데 그들은 자리에 앉자 마자 시키는 메뉴가 있다. 바로 비루라고 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비루가 맥주였다.

테이블 마다 "비루~비루~" 하는데 처음엔 뭔지 몰라 엄청 헤맸다. 내가 모르는 표정으로 '벼루를 달라는거야~? 뭘 달라는거야~?' 갸우뚱하자.. 직접 냉장고에 가서 꺼내 먹더라;ㅋ

그리고 그들은 맥주를 받고 나면 단체 손님이라 할지라도 테이블당 선불을 낸다. 선불 문화는 좋긴 좋지만... 단체손님의 특성상 선불로 계산을 하면 나중에 한꺼번에 음식값을 받는데 가감하기에 애로사항이 좀 있다.


2. 상추쌈을 절대 한입에 먹지 않아


그리고 제일 특이 한것은 일본인 뿐만 아니라 서양쪽 사람들도 상추쌈을 싸먹을때 꼭 반으로 나눠 먹는 다는 사실이다. 상추쌈이야 상추위에 고기 + 마늘 + 고추장 + 파 등등을 넣고 돌돌 말아서 한입에 우겨 넣어야 제맛인데, 그걸 다 싸놓고 베어 물려고 하니.. 고기며 마늘이며 죄다 흐르기 마련이다. (왜 상추쌈을 싸서 한입에 안먹고 두번에 나누어 먹는지 도통 이유를 모르겠다. 아마도 그들은 한국인들이 상추쌈을 한입에 먹는 걸 보고는 이해를 못하겠지?ㅎㅎ)

남의 영역 침범 금지?


그리고 일본인들은 절대 남의 음식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딱 자기 앞에 있는 음식만 젓가락이 간다. 심지어 고기를 구울때도 자기 앞에 있는 고기만 뒤집고 그것만 먹는다. 우리나라처럼 서로 구워주고 뒤집고 하는게 없이 딱 자기일?만 하는 타입이었다. 서로 구워주고 뒤집어 주면 좋을텐데…; 뭐.. 이건 문화적 차이라고 해두자.


3. 일본 여성들은 방 보다 테이블을 선호한다.


배낭족들중에는 일본 여성들이 많다. 딱보면 일본사람인게 티기 난다. 우선 화장이 남다르다. 스모키 화장법이라고 눈가만 시커멓게 칠하고 다니는 것? 두상에 비해 머리가 과하게 부~해 있다는 점?(사실 가발인것이 티가 날 정도로 부~한 손님이 가끔 있다.) 그리고 그들은 턱은 유달리 작다고 할까?

아무튼 일본 여성들은 테이블과 방이 있으면 테이블에 앉는다고 한다. 한번은 일본 여성들이 식당에 들어와서 방 밖에 자리가 없다고 하자 그냥 나갔다고 한다.

친구에게 들으니 일본 여자들은 방에 앉으면 무릎을 꿇고 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매우 불편하다고 한다. 일본 여성들은 양반다리가 안된다고? 어디서 들은것 같다. 영화나 기타 매체에서 접했을때도 그들은 너무 심한 안장다리를 하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유는 사야까님의 이야기(일본여자는 소녀시대춤을 못춘다?)를 들으면 이해가 간다.


4. 빈 접시에 새로 음식 채워주니 감동받은 일본인들..


음식점에서는 "아줌마 여기 OO좀 더 주세요~" 라는 주문이 일상화 되어 있다. 그리고 그렇게 추가주문을 하는것은 대개 무료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거기에 감동한다는 사실;; "이게 공짜에요? 정말요?" 라며 놀란다. 한번은 내가 빈접시를 가져가서 새로 음식을 담아가자 그들은 이걸 왜 가져다 주냐는 식으로 의아해 한 표정이었다.

"이거 시킨적 없는데요?"
"...이건 그냥...;;"

외국인들이라 좀더 신경을 써주고 싶었고, 그래서 빈접시가 생기기 무섭게 추가로 음식을 채워주었는데.. 일본인들은 그럴때마다 '캄사합니다~캄사합니다~' 하면서 연신 감사의 표시를 했다. 처음엔 빈접시 채워 주면 돈받는 줄 알고 날카로운 눈초리를 주기도 했지만.. ; 아마도 그들은 이게 공짜라는 사실에 놀랐고, 덤으로 받는 기분이라 더 좋았을 것이다. 

일본인 손님들 특히 여성손님들은 카운터에서 계산하고 나갈때도 연신 90도로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 나간다. 양손으로 핸드백을 복부에 가지런히 모으고 인사를 하는데.. 참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한국인의 예절은 또 어떤가~ 인사를 받으면 거기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하지 않는가~ 손님이 90도로 인사를 하는데 사장인 친구가 가만히 있을리가 없다. 그러다 보니 서로 계속 인사를 하는 모습이다. 처음엔 90도로 시작해서 점점 각도가 낮아 지더니.. 마지막에는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걸로 끝난다.

일본은 가깝고도 먼나라이다.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왠지 멀게만 느껴지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들의 음식문화중 주인장을 대하는 '깍듯함(?)' 하나는 정말 배울점이 많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