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네 가게에는 중국인 아르바이트생이 한명 있다. 한국어는 어눌하지만 일은 똑 부러지게 하는 스타일이다. 한국어에 서툴러서.. 주문은 못받고... 대개 상치우고 준비하는 일만 한다.

손님나간 상에 쟁반 내려놓고 그릇을 하나하나 쟁반위에 담고 있으면, 어느새 그 중국인 알바생이 다가와 같이 상을 치우고 있다. 그 만큼 눈치도 빠르고.. 일을 찾아서 하는 스타일이다. 사장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다른 식당에서 일 잘한다고 소문난 사람이라.. 스카웃 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손님들은 그 중국인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간혹 인건비가 싸다? 사장이 불법체류자를 고용했느냐?며 돌려가며 물어보는 손님들도 가끔 있다. 한마디로 어이상실.. 참고로 일반 알바생과 동급의 임금을 받으니..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음식점에서 일하는 수 많는 외국인들.. 그 들중 이 중국인 알바생의 고충을 들어볼까?


"손님들이 '짱깨'라고 하는데, 그거 다 들려요."


자장면을 속되게 '짱깨'라고 부르지만, 중국인을 속되게 부르는 뜻도 있다.


'짱깨'라 하면 중국인을 비하해서 부르는 말인데.. 손님들이 자기들끼리 주고 받는 대화중에 간혹 이런 단어가 들어가있는 경우가 있다.

"여기요~ 2인분사리 추가해주시고요. 소주는 이슬이~ 그리고 안맵게 해주시고, 사이다 한병 주세요~ 저의 일부러 온거니 맛있게 해주셔야 해요~ ^^ 샤방~"

벌써 여기엔 주문이 5개나 들어가 있다. 2인분, 사리추가,소주 추가, 사이다 추가, 안맵게... -_- 한국인인 나도 한번에 이런 주문을 순식간에 받을 때면 정말 ㅎㄷㄷ;; 이곳에는 따로 빌지가 없고, 컴퓨터에 주문내역을 바로 입력해 버리기 때문에 주문을 받고 컴퓨터에 가는 동안 중얼중얼 주문사항을 외워야 한다. 한국인인 나도 헷갈리는데.. 중국인 알바생이 이런 주문을 소화해 낼 리가 없다.

"여기요~ 주문이요~"
"(어눌한 물투로..) 좜깐만.. 다른.. 솨람 불를께요."

이 말투를 듣고, 한국인이 아님을 간파한 손님들은 간혹 이런 말을 내 뱉는다.

"아.. 짱깬가봐~"..............."여기요~"  라며 손을 더 높이 들고 다른 사람을 부른다.

이 중국인 알바생은 '짱깨'란 단어를 못들었을까?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 단어가 중국인을 비하하는 뜻을 가진 단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단지 일이 커질까봐 조용히 못들은 척 하고 있는 것일 뿐..

이 말을 듣는 순간 괜히 내가 미안해 졌다. 같이 알바하는 직원의 입장이 아니라.. 한국인로서 왠지 미안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어 서투니, 가끔 주문을 잘못 받아와 혼나기도.. 


너무 바쁘다보면.. 이 알바생은 상을 치우고 준비하는 일뿐 아니라  '만능 서빙맨'으로 변한다. 상을 다 치우고 할 일이 없으면, 상을 준비하기도 하고, 물통을 채워넣기도 하고.. 게가가 물통에 물수건을 들고 당당히 주문을 받아 오기도 한다. 아무튼, 눈치하나는 일품인 알바생이다. 사장인 친구녀석이 탐낼 만하다.

그런데 이 알바생이 받아오는 주문 성공률이 80% 정도? 10번이면 2~3번은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어에 서툴러서 그런것이 이해하지만... 대개  다른 직원들이 손님께 양해를 구하고, 다른 메뉴로 돌려서 가격을 할인해 주거나, 아예 서비스로 넘겨버리기도 하는데.. 사장인 친구의 입장에선 달갑지 않을 법도 하다.

하루는 중국인 알바생의 주문대로 상을 다 차려 나갔는데.. 손님이 주문한 메뉴가 아니라는 사실에.. 상을 다시 차린 적도 있으니.. 같이 일하는 사람으로서 한창 바쁠때는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한번은 사장이 이 알바생을 호되게 혼낸 적이 있다. 주문 잘못 받을 수도 있지.. 거기서 알바생을 혼내다니.. 내가 괜시리 미안해 진다.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상을 치우는 그 알바생을 불러다가 짬을 내서 담배타임을 가졌다.

"저 녀석(사장)도 정신없어서 그래. 본심은 아닌거 알지?"
"알아요~ 그럴 수 있어요~ 먼저 말했어요~"
"응? 이 녀석~ㅋ"

이럴때는 같이 일하는 알바생의 한마디가 없으면 안된다. 게다가 나는 사장과 동급(?)이지 않은가? 아무튼 손님이 빠진 늦은 밤에 저녁식사로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그 알바생을 달래 주었다. 그 순간 백세주 한병 까면서 그 알바생에게 한잔 권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니 내가 괜히 나서서 설레발 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 여기 처음 일할때 사좡님이 말했어요. 사장님이 화내는거 자기 마음이 아니라고"

중국인 알바생의 이야기를 나름대로 의역+번역해 보니.. 친구녀석(사장)이 미리 언질을 했나보다. 그 녀석도 성질이 있는 지라. 정신없이 바쁜 가게에서는 어쩔수가 없다고..;;ㅋ

South Korean Students Experience English Life At Home

이런 상황 뿐 아니라.. 한국어가 서투른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는 극과 극이다.
1. 매우 친절하게 대한다.
2. 무시하는 말투로 대한다.
3. 그걸 악용해서 덤태기를 씌운다.

미녀들의수다에서도 출연진들이 밝혔다 시피, 한국에 와서 제일 서러웠던 것은 자기들을 바보취급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들을 무시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 그리고 그들도 무시당해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먼 타지생활을 하면서도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생활하는 그들은 2개 국어를 구사하고 있지 않은가.. 비록 한국어는 서툴지만.. 어느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니.. 오히려 그들이 나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