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시절, 이사철이면 항상 친구들끼리 모여서 이사 품앗이?를 해주곤 했습니다. 방학시즌이나 개학시즌에는 일주일에 서너번도 이삿짐꾼이로 불려간 적도 있었죠. 친구들, 선배, 후배들 이삿짐 날라준걸로 치면 두손,두발로도 못꼽을 정도네요.

자취 시작할때는 물건이 별로 없었는데.. 이사할때 꺼내 놓으니.. 이건 뭐~ 한차 가득 되더군요. 처음엔 '자취방 옮긴다고~? 그까짓거 몇 짐 나오겠어? 도와줄께~' 라고 쉽게 생각했었는데.. 막상 가보니.. 트럭으로 한차 가득 -_-;;.. 몇번 해주다 보니 의례 한차 나오겠거니 합니다.

새로 이사가는 자취방이 옵션이 딸린 방이거나 작은 방이라면 예전에 쓰던 가구들은 버리고 가거니 자취방에 남겨두고 가는 경우가 태반인데요. 냉장고나 세탁기 같은것은 중고센터에 팔면 되지만, 책상이나 서랍장 같은것은 팔기도 귀찮으니 그냥 방에 두고 나온적이 대부분이었죠.


   자취생 : "이 책상은 , 새로 이사오는 사람이 쓰겠지~"


기존에 쓰던 책상이 낡아서, 혹은 필요 없어져서 살던 자취방에 그냥 놔두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럴때면 이런 말을 하고는 하죠. "이거 놔두면 새로 이사오는 사람이 쓰겠지~" 라고..

어치피 버리는거.. 스티커 발부 받아 버리는데는 돈이 들고, 무거운 책상을 밖에 옮기기도 귀찮으니까요. 누가 가져가라고 해도 딱히 가져갈 사람도 없으니.. '혹시~ 다음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곤합니다.솔직히 고가의 A급 가구를 놔두고 갈일은 없잖아요. 쓸만큼 썼으니.. 버려도 아깝지 않은 가구를 놔두는거죠.

저 역시 다른 친구들이 무거운 가구들을 죄다 가져가겠다고 하면, 감언이설(?)로 꼬실때도 있었습니다. '그거 가져가서 모하게~ 새로 이사한집 가보니 그거 놔둘데도 없던데~?'라고요. 반은 진심이었고, 반은 무거운거 들기 싫어서 -_-;; 그랬어요.~

하지만 오늘 주인아주머니의 말씀을 들어보니 주인의 입장은 다르더군요.


   주인 : "쓰면 다행이지만, 안쓰면 골치~"


어제 주인 아주머니께서 서랍장좀 버려달라고 하셔서 옮겨드렸습니다. 군데군데 기스가 가있는 나무 서랍장이지만, 쓸만한 서랍장이었습니다.

"쓸만한데 왜 버리시나요?" 라고 묻자, 놔 둘데가 없다고 하시네요.
"기존에 학생들이 가구를 그냥 놔두고 갔는데, 새로 이사오는 사람들이 가구를 안쓰겠다고 하는 바람에 치워달라고 해서~. 자잘한건 내가 가져와서 쓰는데.. 그것도 한두번이지..  "

새로 이사온 사람들은 가구를 몽땅 들고오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전에 살던 사람들이 놔두고간 책상이며 서랍장 같은 것은 안쓰겠다고 하면, 치우는것은 원룸 주인의 몫이죠. 큰 가구 같은것은 따로 스티커를 발부 받아야 하는 것도 있을테니..

"처음에는 몇번 받아 줬는데, 이제 가구 놔두고 가겠다고 하면 안받아 줄라고,~ 처치 곤란이야."

아주머니가 흘리면서 하신 말씀이 저에게 하는 말씀같네요.~ '총각은 이사갈때 물건 놔두고 가지마!~' 라구요.

지금까지 저도 친구들 자취방의 이삿짐을 옮겨 주면서 책상이나 서랍장 같은걸 같혹 두고 온적이 있는데.. "누가 쓰겠지~ 뭐" 라고 선심쓰는 척~ 자기 편한대로 생각했던것 같네요. 정작 그 가구들은 원룸의 입장에선 또 다른 짐이나 쓰레기가 될 수도 있는데 말이죠.

원룸에 가구 같은거 놔두고 갈때는 주인댁에 먼저 상의를 하거나, 지인들에게 나눠 주는 방법을 사용해서 뒤끝없는 이사를 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