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어머니께서는 컴퓨터를 잘 못하십니다. 고스톱 게임 사이트에 로그인 하고, 게임 화면을 직접 띄워드려야~ 그제서야 마우스를 잡고 클릭하는 정도였지요.
(처음에는 모니터에서 마우스 화살표 위치를 못잡는 걸보고, 설마 이정도 일 줄이야 -_- 하고 깜짝 놀랐다는;; 고스톱게임 켜드렸더니 마우스 활용 미숙으로 자동으로 이무패나 내야 했던 적도 있구요. 시간초과!;ㅎㅎ)

그런데 얼마전 부모님댁에 들렀습니다. 임플란트 때문에 치과 다녀오신 날이라 저녁도 못드신다고 해서, 간단히 죽이라도 드시라고 사갔던 참이었습니다.

뭐하세요~ 라고 안방에 들어가보니, 왠걸~ 어머니 깨서 컴퓨터 앞에 앉아 계신겁니다. 아버지는 등산가셔서 혼자 집에 계셨습니다.

뿌듯한 기분(?)에 뒤에서 살짝 한컷~♡


아버지가 고스톱게임 켜드리고 등산 가셨나? 하고 유심히 보니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며 계시네요. 모니터 화면을 보니, 왠 카페에 접속해 계셨습니다. 물론 저는 그 모습을 보고 놀랐지요.
마우스도 제대로 못다루셨던 분인데, 이젠 카페 접속해서 댓글도 달고 계시다니.. 비록 독수리 타법이지만 대단한 발전이십니다. 허허

"어머니, 언제 이렇게 배우셧데요~ 와~"
"느그 아빠한테 욕먹으면서 배웠지~. 그거 알려주는게 뭐 힘들다고 잔소리는 엄청 해대~"
"(아부지가 이런거 잘 알려줄 사람도 아닌데.ㅋ.ㅋ 안봐도 뻔합니다.;)"

어머니께 예전에 키보드 다루는 법을 알려 드린적이 있었는데.. 이해를 못하셔서 엄청 애 먹었던 적이 있거든요. 그러다가 흐지부지 해졌고요. 그리고 아버지는 예전부터 컴퓨터로 이메일도 쓰시고, 바둑도 두시고 하셨던 분인지라, 왠만하게 다루셨거든요. 얼마전 아버지께 20만원짜리 컴퓨터를 하나 장만해 드리면서, 빈말로 '어머니랑 같이 쓰세요~' 라고 말했더니.. 진짜로 두분이 컴퓨터를 같이 사용하고 계시네요. ㅎㅎ 제 말은 어머니께서 컴퓨터를 제대로 다루고 계신다는 것!~

아버지께 컴퓨터를 배우시면서 엄청 고생하셨던 듯 합니다. 아버지 성격이 차분하게 뭘 가르치고 배우는 성격이 아니신지라 ㅎㅎ. 부부끼리는 운전을 배우지 말라고 하는데, 거기도 컴퓨터를 끼워 넣어야 할까봐요~^^ ㅎㅎ

가만보자~ 그런데 무슨카페에 가입하셨나 보니, 어머니께서 활동중인 지역 산악회 카페네요. 음.~ 어머니 또래 분들도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시는 줄 몰랐는데.. 잠시 그 까페를 둘러보니.. 왠걸~ 이모티콘에다가 장문의 글솜씨, 카페 글에 배경음악까지 못하시는게 없더군요.

작년에 카페 회원분들이 올리신 댓글들인데 채팅 용어도 군데 군데 보이는게.. 왠지 웃음이 납니다. ^^


"요즘은 젊은 엄마들이 디카를 들고 다녀서 사진 찍으면 죄다 여기다 올려~
이것 좀 봐봐, 얼마나 이쁘니~ (이건 어디산이고, 여긴 어디산이고~ 겨울에 보면 더 운치 있다는 등등)"

젊으신 엄마들이 (40~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디카로 찍은 사진들이 사진방 메뉴에 빼곡하게 올라와 있는 걸 보고 또 한번 놀랍니다.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아하니 솜씨도 예술이구요.

'추카추카,~ 감솨르~, 쌩유~' 등등 글투도 다양합니다. 잠시 둘러보며 댓글을 읽어 봤는데.. 댓글들도 하나같이 귀엽다고나 할까요~ㅎㅎ 여고생들이 쓰는 글투랑 별반 차이가 없더군요.
어머니뻘 되신 분들도 이렇게 인터넷을 잘하시니..~ 아예 덮어 놓고 '이런거 알려드려도 모르시겠지~뭐' 하고 모른체 했던 제가 괜히 부끄럽군요. 진직에 알려 드릴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