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음주 고향친구의 결혼식이 있습니다. 고향맴버?들이 거의 모이는 자리인지라 빠지면 섭섭한 자리이지요. 아마도.. 저 빼고는 대부분 참석할것 같은데요.(제가 왜 못가는 지는 이전 포스팅에...)

그런데 저 말고도 안간다는 녀석이 있습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저는 못가는 것이고, 이친구는 안가는 것입니다. 편하게 A군이라고 하겠습니다. 요 A군이 B군(이번에 결혼하는 친구)이랑 사이가 조금 안좋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저와 A,B군 그리고 동기 몇명이 술을 먹다가 사소한 말다툼이 시작이 된게 화근이었습니다. 저는 그냥 가벼운 기싸움정도로 생각하고 잠시 다른 모임에 다녀왔는데, 한 친구의 다급한 연락을 받고 다시 찾아가니 술자리를 난장판이 되어 있었습니다. 술병은 다 깨지고, 한놈은 밖에, 한놈은 술집 구석에서 씩씩대며 화를 삮이지 못하고 있더군요. 싸움의 원인인 즉슨, 말하기도 민망한 사소한 일이라;;; 패스하겠습니다.

이 등짝의 주인은 누규?

아무튼 A,B군 이 두녀석은 이때부터 연락을 일절 끊고, 서로 모임에 나오는 자리도 번갈이 가면서 나오더군요. "야, 오늘 걔 나온대? 그래? 그러면 난 안나간다." 이런식으로요. '약속이있네, 아프네, 누가 오기로 했네" 등등 별별 핑계를 다 둘러대더군요. 그래서 우리 친구들은 으례 A군을 부르면 B군을 안부르는 식으로 자리를 마련하곤 했습니다.

이 두 녀석때문에 저희 맴버들이 술한잔 같이 거하게 먹어본 적이 기억도 나질 않습니다. A군의 측근, B군의 측근으로 보이는 친구들도 슬슬 모임에 안나오더군요. '친구들이 자리를 미리 만들어서 화해를 시켜야지 왜그러냐고요?' 화해의 자리를 마련했었죠. 그런데 역효과만 나더군요.


그런 일이 있은지 벌써 2년이란 세월이 지났습니다. 머리통도 다 크고, 시간이 이 두친구 사이를 해결해 주리라 믿었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에이, A군 오겠어? 안올껄?" "와서 홀라당 뒤짚으면 어떻하라고?" 라며 A군에게는 연락도 안했더라구요. 그래도 결혼은 결혼이고, 2년전 싸움은 옛날이이고 해서 알아야 할건 알려야 할것 같아서 제가 연락을 했습니다. 사적인 대화는 빼고 요점만 말하자면,

나   : "야. 너 B군 결혼하는데 안갈꺼야?"
A군 : "어, 가야지. B군한테 청접장 왔어. 손으로 메모까지 적었더군.. 내용은 비밀이다.ㅋㅋ"
나   : "어? 메모.. 그래?..."

놀라운 사실은 B군(결혼하는 친구)가 A군에게 청첩장을 보냈다는 사실입니다. 서로 못잡아 먹을것 같아 안달이더니.. 청첩장을 보냈다니, 저와 제 친구들은 약간 의아할 따름입니다. 내심 기쁘기도 하고요.

역시 시간이 약인가 봅니다. 30년지기 우정을 그깟 싸움이 평생 갈라놓지 못하더군요. B군도 화해의 기회를 찾고 있던 것인지, 이번 결혼식이 좋은 기회가 된것 같습니다. 이번 결혼식 뒤풀이때는 아마 망가질 각오하고 다녀와야 겠네요. ^^

결혼을 앞두신 예비신랑, 예비신부님들 모두모두 행복하시길 바랄께요.~